최근 중동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위기와 그 이후 시장이 보여준 반응은 장기 투자자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전쟁이 발발하자 연일 공포가 증폭됐고 당장에라도 자산을 줄여야 할 것처럼 불안했다. 그러나 4개월 넘게 이어진 갈등 속에서 실제 시장의 움직임은 예상과 크게 달랐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쟁과 같은 거대한 위기 앞에서 투자자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성공적인 은퇴 자산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실제 시장 데이터가 보여주는 교훈을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투자자는 과거의 패턴, 즉 일종의 ‘공식(Playbook)’에 기대어 미래를 예측하려 한다. 예를 들어 “중동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오일 쇼크가 오고 금값이 급등한다”라는 식의 믿음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은 쉽게 깨질 수 있다.
먼저 유가를 보자. 과거 전쟁 시기에는 유가가 130%에서 300%까지 급등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급 충격이 있었음에도, 전쟁 이전부터 글로벌 원유 공급이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미국의 에너지 자립도가 크게 높아진 덕분에 상승 폭은 약 20% 수준에 그쳤다.
더 놀라운 것은 금과 은 같은 안전자산의 흐름이었다. 많은 이들이 전쟁이 터지면 금값이 상승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전쟁 기간 금과 은은 각각 약 20%, 25% 하락했다.
주식시장의 반응은 더 인상적이었다. 같은 기간 S&P 500은 약 10%, 나스닥은 약 13% 상승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전쟁이라는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상승한 배경에는 인공지능(AI) 혁명이라는 구조적 성장 기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미래에 대한 낙관이 단기적 공포를 압도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투자자에게 분명한 교훈을 준다. 뉴스나 전문가의 단기 전망을 근거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다. 시장은 때로 몇 달, 심지어 몇 년 동안 과대평가나 과소평가 상태를 유지한다. 복잡한 거시경제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정교한 예측이 아니라 일관된 원칙이다. 많은 사람은 불확실성이 제거되어야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기 투자에서 불확실성은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수익이 자라는 토양이다. 만약 미래의 성장이 100% 확실하다면, 시장은 이미 그 기대를 가격에 반영했을 것이고 초과 수익의 기회는 사라질 것이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는 무언가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실제로 위기 상황에서는 거래량이 급증한다. 그러나 투자 성과는 얼마나 많이 움직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큰 실수를 피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지난 100년의 역사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미국 시장은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오일 쇼크, 금융위기, 팬데믹 등 수많은 위기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시장은 급락했고, 공포는 극에 달했지만, 결국 경제의 혁신과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은 시장을 다시 최고점으로 이끌었다.
은퇴 목표와 인생 계획이 변하지 않았다면, 뉴스의 소음 때문에 투자 전략을 바꿀 이유는 없다. 하루의 상승이 장기적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고, 하루의 하락이 인생 계획을 무너뜨리지도 않는다.
불확실성을 두려움이 아니라 장기 투자의 필연적인 동반자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시장의 소음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