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영주권과 유학생 비자 심사를 동시에 강화하며 외국인의 미국 입국과 체류 문턱을 높이고 있다. 해외 영주권 신청자에게는 최대 10만 달러의 보증금 부과를 검토하는 한편, 공적부조 심사를 강화하고 유학생 체류 기간도 최대 4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무부가 해외 미국 영사관에서 이민비자를 신청하는 일부 영주권 신청자에게 최대 10만 달러의 환급형 보증금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현재 영주권 신청자에게 이 같은 보증금을 요구하는 제도는 없다. 국무부는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시범 시행한 뒤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증금은 신청자의 경제적 여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가족이 대신 납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반환 시점이다. 영주권 취득 때가 아니라 시민권을 취득한 뒤 돌려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영주권자는 일반적으로 취득 후 최소 5년이 지나야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어 최대 10만 달러가 장기간 묶일 수 있다.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는 영주권자에게 언제, 어떤 조건으로 돌려줄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무부는 이민자가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송정훈 변호사는 “아직 검토 단계인 데다 모든 영주권 신청자나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며 “현 단계에서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영주권 신청자의 공적부조 심사도 까다로워진다. 국토안보부(DHS)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완화한 공적부조 심사 기준을 다시 강화하고 심사관의 재량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새 규정이 시행되면 메디케이드(가주 메디캘), 푸드스탬프(SNAP), 주거 지원 등 현금이 아닌 복지 혜택을 이용한 사실도 영주권 심사에 반영될 수 있다.
심사관은 복지 혜택 이용 여부와 함께 신청자의 나이, 건강, 가족관계, 소득, 자산, 부채, 학력, 직업 능력 등을 살펴 앞으로 정부 지원에 의존할 가능성까지 판단하게 된다.
오완석 변호사는 “그동안 영주권 신청서에 적은 소득과 자산, 부채, 학력 등이 형식적으로 활용됐다면 앞으로는 이를 토대로 신청자의 경제력과 장래 공적부조 의존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DHS는 매년 국내에서 영주권 신분조정을 신청하는 약 58만8000명이 공적부조 심사를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유학생 체류 규정도 크게 바뀐다.
DHS는 16일 학생비자(F-1)와 교환방문비자(J-1)에 적용해 온 ‘체류 신분 유지(D/S)’ 제도를 폐지하는 최종 규정을 발표했다. 그동안은 학교에 정상적으로 등록해 학업을 이어가면 별도의 만료일 없이 체류 자격이 유지됐지만 앞으로는 체류 기간이 최대 4년으로 제한된다.
4년을 넘겨 학업이나 교환 프로그램을 계속하려면 연방이민서비스국(USCIS)에 체류 연장을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오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학교 국제학생 담당자(DSO)가 학생 신분을 관리했지만 앞으로는 USCIS가 직접 연장 여부를 심사한다”며 “석·박사 과정이나 의학·공학처럼 4년을 넘기기 쉬운 과정의 학생들은 체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졸업 후 출국하거나 다른 비자로 신분을 변경할 수 있도록 주어지는 유예기간도 현행 60일에서 30일로 줄어든다. 새 규정은 현재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에게도 적용된다.
DHS는 새 규정을 연방관보에 게재한 날로부터 60일 뒤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9월 중순부터 적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