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흔들리면 한미일 공조도 위기 중국 기술력에 동맹 연합체로 대응 "필수 선박 상당수는 한국서 건조"
램 이매뉴얼(왼쪽에서 두 번째) 전 주일 미국대사가 16일 애스펀 안보포럼 패널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준 기자
미국이 동맹국의 신뢰를 잃으면 한미일 안보 협력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의 조선업 등 동맹국의 강점을 결집해야 하지만 그 전제는 미국에 대한 신뢰라고 입을 모았다.
안야 마누엘 애스펀전략그룹 총괄국장은 16일 애스펀 안보포럼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관한 패널 세션에서 “중국의 기술력에 대응하려면 미국과 동맹국들이 세계 최고의 연합체를 만들어 함께 일해야 한다”며 한국의 조선 능력을 미국의 대중국 전략과 조선업 재건에 필요한 핵심 자산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 내 조선 능력을 확대해야 하지만 모든 선박을 미국에서 건조할 수는 없다”며 “필요한 선박의 상당 부분은 한국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과는 미사일 요격체계를 공동 생산하고, 대만의 중국발 사이버 공격 및 정보전 대응 경험도 활용해야 한다고 강했다. 즉, 한국의 조선업과 일본의 방산 생산 능력, 대만의 사이버 역량처럼 동맹국의 강점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이클 풀릴로브 로위연구소(호주 외교.안보 싱크탱크) 소장도 호주와 일본 등 중견국이 자체 방위력을 강화하고 상호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면서도 “미국은 지리와 경제 규모, 군사력 때문에 대체할 수 없는 국가”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주일 미국대사를 지낸 램 이매뉴얼 전 대사는 미국이 해야 할 일은 중국이 특정 국가를 고립시켜 굴복시키지 못하도록 동맹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고립시키는 자를 고립시키는 전략”이라고 표현하며, 제1도련선을 물리적 장벽뿐 아니라 중국의 행동을 억제하는 심리적 장벽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협력이 작동하려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 지도자들이 미국을 신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매뉴얼은 지난 2023년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성사에 12~15개월의 조율이 필요했다며 “한국과 일본 정상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할 수 있었던 것은 바이든 대통령과 당시 행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같은 입장에 서는 것은 미국에는 큰 승리이고 중국에는 매우 나쁜 날”이라며, 미국이 동맹의 신뢰를 잃으면 동맹국 지도자들이 국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의 요구에 협력하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예상보다 훨씬 섬세한 조율을 필요로 한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그는 과거 한미일 다국적 훈련에서 한국 전력을 미군 전력의 어느 쪽에 배치할지부터 각국의 발표 문구와 사진, 소셜미디어 게시물까지 맞추는 데 약 72시간이나 걸렸다고 회고했다.
이매뉴얼은 “당시 미국이 중간에서 조정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며 캠프 데이비드 합의가 한일 양국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이 역내에서 외교적 중재와 관여를 줄이면 지금껏 쌓아온 협력체계도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