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 하면서 해외 AI 교육은 ‘AI 리터러시(이해·활용 능력)’를 기르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AI 교육은 여전히 인프라 구축이나 하드웨어 보급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자가 주체가 되어 비판적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보편적 AI리터러시 교육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공동으로 초·중등 교육에 특화한 AI 활용 가이드라인 격인 ‘AI 리터러시 프레임워크’를 개발해 지난달 공개했다. AI의 기술적 이해에 그치지 않고, AI 윤리·가치·책무성 등 인문사회학적 역량을 통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인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 의사소통, 학습자의 주체성을 중시해 학생이 AI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 여부와 방식을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입법조사처는 분석했다. 해당 프레임워크는 ‘2029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부터 활용된다. PISA는 3년 마다 OECD 회원 90여개 국가가 참여해 만 15세의 읽기, 수학, 과학 등 기초 학습역량을 비교평가하는 프로그램이다.
정부 차원에서 청소년의 AI 활용을 제한하는 국가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정부는 오는 8월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1~7학년(6~13세) 학생들의 교실 내 생성형 AI 도구 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중학생(14~16세)은 교사의 지도 아래 제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AI 사용이 아이들의 학습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를 건너뛰게 만들 위험이 있다”며 “학교의 본질은 읽고, 쓰고, 셈하는 기초 학력을 다지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내 AI 교육은 여전히 디지털 기기 보급과 기술 사용법 교육, AI분야 인재 양성 등 외형적 확장에 머물러있단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도입됐다 국회 결정으로 중단된 AI디지털교과서가 대표적이다. 1인 1디바이스 보급이나 무선망 확대, AI 교수·학습·분석 체계 도입 등 교육부나 각 시·도교육청의 AI 정책 역시 기술 도입과 인프라 구축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에 비해 AI 정보를 검증하고 올바르게 통제하는 ‘비판적 리터러시’ 관점의 교육과정 설계는 미흡한 실정이다. 보고서를 발간한 김범주 입법조사관은 “AI 교육의 목표를 기술 보급이 아니라, AI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학습자의 역량 형성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습 데이터의 소유와 통제, 학생들의 정보 보호를 보장할 수 있는 체계적인 법적 근거와 규제도 시급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