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 부사장이 2023년 홍콩의 매장에서 '파이브가이즈' 제조현장을 살피고 있다. 사진 한화갤러리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막내아들 김동선 부사장이 홀로서기에 나섰다. 김 회장의 세 아들은 그룹을 쪼개기보다 ‘한화’라는 울타리 안에서 각자의 사업영역을 명확하게 나눠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해온 ㈜한화는 지난 1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기계·유통·서비스 사업 등을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로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김 부사장은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자산총액 8847억원)라는 새 지주사에 편입되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갤러리아·한화로보틱스·한화모멘텀·한화비전·아워홈 등 자산총액 약 10조원 규모의 기업을 이끌게 된다. 해당 계열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5000억원에 이른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운동선수 시절부터 승부사 기질을 보여왔는데 책임 경영을 본격화하기 위해 일종의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1989년생인 김 부사장은 초등학생 시절 승마를 시작,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마장마술 부문)에서 당시 최연소로 출전해 금메달을 땄을 만큼 실력있는 선수였다. 코로나19로 한 해 늦춰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 참가하기도 했다.
김동선 부사장이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한 모습. 중앙포토
한화그룹엔 2014년 한화건설 과장으로 입사한 뒤 2016년 신성장전략팀장을 맡아 유통·서비스 분야에서 신사업을 발굴했다. 2023년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인 ‘파이브가이즈’를 주도적으로 국내에 들여왔고 지난해 급식업체 아워홈 인수를 지휘했다.
김 부사장은 최근 ‘푸드테크’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공을 들이고 있다. ‘파스타X’(파스타 전문점, 2024년), ‘유동’(우동집, 2025년) 등에 ‘로봇 조리사’를 도입하기도 했다.
지난 4월 한화푸드테크가 서울 광화문에 개점한 ‘더 플라자 다이닝’은 김 부사장이 쌓아온 요식업·서비스 경험을 결집한 프리미엄 외식 공간이다.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는 한화비전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요식사업장의 식재료 관리나 호텔·리조트의 카메라·조리로봇 관리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푸드테크 기술과 사업 역량을 결합해 식음·서비스 분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게 목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와 김동관 부회장(왼쪽 두번째), 김동선 부사장(맨 왼쪽), 김동원 사장(맨 오른쪽)이 에드윈 퓰너 미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과 만났다. 사진 한화그룹
1985년 회장에 올라 중역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김승연 회장(가운데). 중앙포토
김 부사장이 독립했지만, 한화 오너일가의 지분율 변화는 없다. 현재처럼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조선·에너지를, 차남 김동원 사장이 금융·핀테크 분야를 이끈다. 김동원 사장의 ‘독립’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재계에선 “금융계열사는 한화생명보험을 중심으로 이미 독립적인 경영체계가 구축돼 있고 금융업 특성상 금융당국의 규제가 많아 추가적인 계열분리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한화그룹은 선대에 승계로 인한 잡음이 있었다. 1981년 고(故) 김종희 한화 창업주가 58세에 별세하면서 당시 김승연 회장과 동생 김호연 빙그레 회장 간 다툼이 10년 넘게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선대와 달리 삼형제가 일찌감치 역할을 나눠 협력관계를 유지해왔고 형제 간 사업 영역을 명확히 나누는 ‘분업형 승계’ 모델을 구축했다”며 “삼형제가 각자 전문 분야를 맡는 경영 방식을 이어갈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