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외계인이 돈 벌어 준다?…취향 따라 진화하는 기묘한 ETF

중앙일보

2026.07.17 14:00 2026.07.17 14:5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ETF이미지. [셔터스톡]

ETF이미지. [셔터스톡]


상장지수펀드(ETF)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넘어 투자자의 가치관과 취향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을 제외한 ETF가 추진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머스크의 미래 산업 구상에 투자하는 ETF가 출시되며 상반된 투자 철학이 상품으로 등장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14일 ‘RISE 미국우주&로봇톱2미국채혼합50’ ETF를 상장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각각 25%씩 담고 나머지는 미국 단기 국채에 투자하는 구조다. 채권혼합형 구조로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 편입이 가능하다. 육동휘 KB자산운용 ETF상품마케팅본부장은 “스페이스X와 테슬라 성장성이 높지만 변동성도 크다”며 “일론 머스크의 우주·인공지능(AI)·로봇 생태계에 장기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에서 ‘머스크 제외(Ex-Elon) ETF’ 출시를 앞두고 있다. ETF 운용사 서브버시브는 나스닥100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추종하면서 머스크가 창업하거나 이끄는 기업은 투자에서 제외하는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투자설명서에는 머스크 관련 기업의 기업지배구조 우려와 정치적 리스크, 높은 주가 변동성 등이 이유로 제시됐다. 블룸버그는 “ETF 업계가 광범위한 시장 노출(지수 투자)을 얼마나 한층 더 구체적인 투자 관점으로 세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미국 ETF 시장에서는 투자자의 세분된 취향을 겨냥한 전략형 ETF가 빠르게 늘고 있다.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의 대표 ETF ‘ARKK’를 반대로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도 있다. 정치 성향도 투자 대상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주식 거래를 따라 하는 ‘NANC ETF’, 공화당 의원들의 투자 종목을 담는 ‘KRUZ ETF’가 있다. 수익률은 엇갈린다. ARKK인버스(SARK)는 최근 1년간 13.8% 하락한 반면, 정치 테마형인 NANC와 KRUZ는 각각 20%, 2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ETF 시장이 얼마나 기묘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UFO 디스클로저 ETF’와 ‘애프터다크 비트코인 ETF’를 소개했다. 지난 2월 출시된 UFO 디스클로저 ETF는 정부가 미확인비행물체(UFO) 관련 첨단 기술을 공개할 경우 수혜를 볼 기업에 투자한다. 지난 4월 상장한 애프터다크 비트코인 ETF는 미 증시가 닫힌 시간에만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전략을 쓴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해 5월 중순까지 미국에서는 466개 ETF가 출시됐다. 이 중 전통적인 인덱스(지수 추종)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그쳤다. WSJ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것이 ETF 투자의 기본이지만, 최근에는 고위험·이색 전략을 담는 상품으로 변하고 있다”며 “최근 출시된 상당수는 사탕이나 감자튀김처럼 가끔 즐길 수는 있지만 과하면 해로운 정크푸드와 같다”고 지적했다. 데이브 마자 라운드힐인베스트먼츠 최고경영자(CEO)는 “상품이 다양해질수록 투자자들은 상품 구조와 위험을 더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500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ETF 시장은 미국과 달리 반도체 중심의 쏠림이 두드러진다. 16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에 따르면 올해 상장된 ETF 102개 가운데 32개(31.4%)가 반도체 상품이다. 반도체 ETF의 거래대금(지난 15일 기준)은 전체 ETF 거래의 49.5%를 차지한다. 상품 다양화를 이끌 수 있는 액티브(능동 운용형) ETF의 경우도 전체 ETF 순자산의 22.4%에 그친다.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와 일정 수준 이상의 상관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등 미국보다 상품 설계와 운용의 자율성이 제한적이다. 투자자 보호와 운용 자율성의 균형을 찾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관계수 유지 요건 등 규제를 합리화해 상품 설계와 운용의 자율성을 높이고, 혁신적인 상품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