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 매코널 미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난해 5월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린지 그레이엄(1955~2026)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11일(현지시간) 숨을 거뒀다. 공화당 ‘원로 3인방’ 가운데 앞서 숨진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1936~2018)을 제외하면, 미치 매코널(84) 상원의원만 남았다. 최근 건강 이상으로 의회를 비운 매코널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갑작스레 숨진 그레이엄과 달리 매코널은 오랫동안 건강 악화에 시달려왔다. 지난달에는 워싱턴DC 자택에서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수 주 동안 구체적인 상태가 공개되지 않아 각종 추측이 이어졌다. 그는 성명을 내고 “낙상 이후 경미한 폐렴이 발생해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심장마비·뇌졸중은 아니며,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는 뜻도 재확인했다. 다만 상원 복귀 시점은 미정이다.
매코널의 건강 이상설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았다. 2023년에는 낙상으로 뇌진탕과 갈비뼈 골절을 입었다. 같은 해 기자회견 도중 두 차례 말을 잇지 못한 채 수십 초간 얼어붙은 모습이 생중계돼 ‘고령 정치인’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매코널은 1985년 상원에 입성했다. 18년간(2007~2025년) 공화당 원내대표를 맡은, 역대 최장수 상원 지도자다. 공화당 최대 정치자금 네트워크를 구축해 상원을 장악했다. 트럼프 1기(2017~2020년) 시절에는 ‘오바마 저격수’로 나서 보수 성향 연방대법관 3명의 인준을 주도했다. 특히 민주당이 주도한 법안을 번번이 막아내 ‘저승사자(Grim Reaper)’로 불렸다.
수십 년간 매코널은 원내 지도부로서, 그레이엄·매케인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공화당을 이끌었다. 하지만 신진 세력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뒷배로 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자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그레이엄은 트럼프의 핵심 측근으로 변신했고, 매케인은 ‘오바마 케어’ 폐지안을 저지해 트럼프와 공개 충돌하는 등 갈등을 겪었다.
매코널은 ‘현실주의’ 노선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1·6 의회 난입 사건 이후 트럼프를 비판하면서도 그의 탄핵에는 반대했다. 또 우크라이나 지원 등에서 트럼프와 의견을 달리했지만, 사법부 인선이나 감세 등에서는 협력했다.
매코널마저 정치 무대에서 완전히 퇴장할 경우 트럼프 이전 공화당을 상징하는 마지막 거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를 견제하거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력이 더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