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재발도 항암도 이겼다…93세 도봉산 왕언니가 한 일
중앙일보
2026.07.17 14:00
2026.07.17 22:04
" 내는 눈 감고도 간다. 이 산 오르려고 여기로 이사까지 온 사람이라니까. 이 산길을 50년 다녔는데, 어려울 게 뭐 있노. "
서울의 대표적 바위산으로 꼽히는 ‘도봉산’. 웬만한 암벽등반 전문가도 쉽게 오르지 못하는 이 길을 매일 날다람쥐처럼 오르내리는 산악인이 있다. 이름은 신옥자. 나이는 93세. 산악인 사이에서 ‘도봉산 왕언니’라 불리는 고령의 산쟁이다.
지난 4월, 서울 도봉산에서 만난 그는 93세라고는 믿기지 않는 몸을 보여줬다. 아담하고 다부진 몸집, 돌덩어리만큼 단단한 종아리와 허벅지, 꼿꼿한 허리와 군살 없는 뱃살까지. 그의 몸은 곳곳이 근육으로 빚어져 있었다.
지난 4월, 서울 도봉구 도봉산에서 만난 신옥자(93) 산악인. 그는 산 곳곳에 핀 진달래를 보며 "을매나 좋노"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산에 오면 공기도 맛있다"며 산 사랑을 감추지 않았다. 김종호 기자
그는 산행 경력 51년, 험한 국내 산은 물론 히말라야 트레킹도 다섯 차례나 다녀온 산사람이다. 매일 새벽 4시면 도봉산으로 향한다는 그는 지금도 맨손으로 암벽을 오른다. 팔순·구순 잔치는 북한산 인수봉에서 열었다.
" 하루라도 산에 안 가면 병 나. 장마가 와도, 폭설이 내려도 매일 들러야 하는 곳이 산이야.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산 거야. "
사실 그는 빈혈과 암으로 죽을 고비를 몇 차례나 넘겼다. 그때마다 그를 살린 건 산이었다. 그는 어떻게 산에서 병을 치유하고,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었을까?
〈100세의 행복3〉이번 화에서는 90대 현역 산악인 신옥자의 ‘암도 극복하게 한 고령자의 산행법’을 들여다봤다
. ‘침묵의 암’이라는 대장암이 1년 만에 재발하면서 천당과 지옥을 오간 사연부터 항암으로 잃어버린 밥맛을 되찾은 비결, 60년을 괴롭힌 불면증을 이겨낸 법까지 고령자의 산행법을 낱낱이 파헤쳤다.
「
89세에 암 재발, 항암 중 산행의 원칙
」
" 아, 이런…, 재발이네요. 고령자들에겐 이런 일이 흔치 않은데, 암 전이 속도가 너무 빨라요. 혹시 민간요법 하셨어요? "
4년 전, 정기검진에서 의사는 고개를 갸웃하며 신옥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신옥자는 한 해 전, 대장암 2기 판정을 받고 수술과 항암치료로 암 세포를 말끔히 제거(완전관해)했었다. 그런데 단 1년 만에, 그것도 89세라는 고령에 암이 재발한 거다.
" 암세포가 젊은 사람 맹키로 활발했대. 그래서 빨리 번진 거야. 일반적인 고령 환자들한테 쓰듯 적당히, 순한 약으로 치료하니까 내 암세포가 꿈쩍도 안 했다는 거지. "
평소 큰 병치레 없이 건강을 자신해 왔었다. 그런데 그 건강이 독이 된 걸까. 신옥자에게 젊고 체력 좋은 사람들에게나 쓰는 강력한 항암 치료가 시작됐다.
맨손으로 바위 능선을 타고 등반하는 신옥자. 그는 45세부터 35년간 도봉산, 북한산 등의 암벽을 탔다. 사진 신옥자
항암 치료는 식사와의 전쟁이다. 암세포를 없앨 독한 약은 모든 입맛을 앗아간다. 신옥자도 그랬다. 항암 주사를 맞고 온 날이면 며칠 동안 식사는 커녕 음식 냄새도 맡지 못해 자리에 누워만 있었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부터 항암 주사를 맞고도 다음 날이면 산을 오를 수 있게 됐다. 어떻게 그는 독한 주사를 맞고도 끄덕 없었던 걸까?
(계속)
밥이 안 들어간다고 굶으면 위가 말라붙어서 더 안 들어가요. 그러면 독한 항암을 견딜 수가 없어요. 먹어야 살아요. 먹으려면 밥을 먹고 싶은 몸을 만들어야죠.
몸을 점령한 암은 일상의 루틴을 조용히 무너뜨립니다. 하지만 신옥자는 달랐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절대로 ‘이 루틴’을 깨지 않았고, 덕분에 암으로부터 몸을 지켜냈습니다.
암 발병 후 반드시 챙겨먹고 있는 ‘이것’과 오랜 지병인 불면증의 곤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이유도 공개했습니다. 오늘 하루도 똑같은 루틴을 반복한 신옥자의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4180
‘100세의 행복’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민정.김서원.선희연([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