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16일 오후 대구 달성군 다사읍 문수정수장을 찾아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당시)과 낙동강 원수를 활용한 복류수 실증 실험시설 가동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30년 넘게 표류해온 대구의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낙동강 복류수 실증실험 시설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16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대구 달성군 문산정수장에 낙동강 복류수 실증실험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복류수는 강바닥 깊은 곳의 모래와 자갈층 속을 흐르는 물이다. 모래와 자갈이 일종의 ‘천연 필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존 강물을 단순히 떠오는 방식보다 깨끗한 원수를 확보할 수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한 달 동안 시설을 운영하고 8월 초에 한 차례 데이터를 검증할 계획이다”며 “타당성 조사와 기본 계획 용역이 내년 8월까지 예정돼 있는데 하절기와 동절기를 거치면서 수질을 확인할 수 있어 빠르면 연말에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증시설은 기후에너지부에서 직접 운영한다.
시설은 지난달 16일 준공됐으며 가로 3m, 폭 3m, 높이 7.5m 크기의 실험수조 2개로 구성돼 있다. 실제 복류수 취수 상황을 재연하기 위해 수조에는 모래·자갈 등을 채웠다. 매일 낙동강 하천수를 30t 이상을 여과시켜 총유기탄소(TOC),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등 수질환경기준 관련 항목을 점검한다. 또 조류독소 관련 물질, 미량유해물질 등 주요 관심항목까지 총 60종을 점검해 수질 개선과 수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지를 실측할 계획이다.
대구시와 기후부는 실증 결과를 토대로 대구 상수원 정책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달 16일 실증시설 준공식에서 “이번 실증실험이 기술적 안정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해 시민의 공감과 신뢰를 얻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며 “중앙정부와 대구시, 전문가로 공동검증단을 구성해 8월부터 매월 실증실험 결과를 공동 검증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가운데)이 지난달 16일 오후 대구 달성군 다사읍 문수정수장에서 열린 낙동강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복류수 실증 실험시설 가동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뉴스1
추 시장의 이런 언급은 대구의 먹는 물 문제가 페놀 사태 이후 30년이 넘도록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해법도 달라지면서 시민들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대구의 물은 낙동강인 달성군 매곡리에서 취수해 문산·매곡정수장에서 정수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경북 구미공단으로부터 31㎞ 하류에 있어 각종 오염사고 때마다 이전 논의가 이어졌다. 첫 시작은 35년 전 ‘페놀 사태’였다. 1991년 3월 14일 당시 경북 구미시 구포동에 있던 두산전자의 페놀 원액 저장 탱크에 설치한 파이프가 파열되면서 페놀 30t이 낙동강 지류인 옥계천으로 흘러갔고, 대구 취수원까지 오염됐다. 약 8시간 동안 배출된 페놀로 인해 대구 지역에선 “수돗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페놀 사태 당시 대구시청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두산전자측의 배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페놀임산부피해자모임' 회원들. 중앙포토.
거기다 2009년 발암 의심물질인 ‘1,4-다이옥산’이 구미공단에서 낙동강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구시는 구미공단보다 더 상류에 있는 구미 해평취수장을 대구 시민 식수원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자 구미시가 반발했다. 대구에서 물을 빼가면 해평취수장 물이 줄고 수질도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옥신각신한 끝에 2022년 4월 경북도·대구시·환경부 등이 협정을 맺어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하루 30만t을 대구시에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3개월 뒤 대구와 구미 시장이 바뀌자 협약도 무용지물이 됐다. 이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더는 구미에 매달리지 않겠다”며 협정 해지를 통보하고 안동시와 안동댐 협의에 나섰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소요 예산과 낮은 수질 등이 우려되면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계속됐고 결국 사업은 진척되지 못했다.
기후부는 구미 공단 폐수 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산업 폐수가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설명한다. 추 시장은 “시민의 입장에서 사업 전 과정을 꼼꼼히 살피고, 시민의 안전과 편익을 최우선으로 두어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