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의 ‘호프’에 대한 찬반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공개 전부터 칸 영화제 시사, 한국 영화 초유의 제작비, 높은 퀄리티의 예고편 등이 지속해서 화제가 됐지만 7월 15일 개봉 이후에는 그야말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SNS와 각종 채널에서 '호프'와 관련된 논의가 다른 이슈들을 모두 압도하고 있습니다.
가장 특이한 점은 영화에 대한 평가가 어느 한 쪽으로 몰리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금껏 만들어진 한국 영화 중 이 정도로 호불호가 엇갈린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죠.
우호적인 관객들의 평은 ‘걸작이다’, ‘이제껏 없었던 작품’, ‘속편이 만들어지길 학수고대한다’는 극찬이지만, ‘시간이 아깝다’, ‘뭘 말하려고 한 건지 알 수가 없다’는 혹평도 만만치 않습니다. 전자 쪽은 액션의 속도감, 압도적인 규모, 도전적인 서사 등 신선함에 높은 점수를 매기지만 후자 쪽은 플롯의 부실함, CG의 퀄리티, 부적절한 대사 등 관객 친화적이지 않은 부분을 문제 삼는 등 평가가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이 거센 논란은 '대체 어떻게 만들었길래'라는 관객들의 호기심을 더욱 끌어올려, '호프'는 개봉 3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과연 어떤 부분에서 찬반양론이 이토록 격렬하게 부딪힐까요.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호프'의 한 장면.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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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의 부실’은 과연 문제인가?
영화 ‘호프’는 호포항이라는 항구에 갑자기 정체불명의 괴물이 나타나 도시를 파괴하고 주민들을 학살하면서 시작됩니다. 마을 경찰서장 범석(황정민)은 정보도 인력도 부족한 상태에서 어떻게든 대응하려 하지만, 외계에서 온 괴물의 위력은 너무나 엄청나고,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주민들은 민병대를 조직해 맞서지만 역부족이죠. 이 도입부에서 드러나는 놀라운 속도감이나 공포감은 확실히 대부분의 관객들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전반부에서도 외계인의 정체나 침략 이유, 시공간적 배경, 대체 왜 평범한 어촌 마을에 왜 총과 탄약이 넘쳐나는가 등에 대해 영화는 아무런 설명도 해 주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나홍진 감독은 봉준호 감독과의 GV에서 “서사라는 살을 내주고 디테일이라는 뼈를 얻으려 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즉 이야기가 치밀하거나 친절하지 않은 것은 본래 나 감독이 의도한 것이란 설명이죠. ‘호프’에 찬사를 보내는 관객들은 처음부터 이야기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야심 찬 액션과 스피드에서 오는 시각적 쾌감을 만끽하는 것이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영화에서 성기(조인성)에 대해 “쟤 왜 저렇게 말을 잘 타?” “쟤 왜 저렇게 총을 잘 쏴?” 같은 대사들이 이 관점('지금 그런 설명이 꼭 필요한가?')을 대변합니다.
반면 ‘호프’에 비판적인 관객들은 감독의 의도가 그렇다고 해서, 관객들이 그대로 받아들일 이유가 있느냐고 맞섭니다. 이를테면 요리사가 ‘이 요리는 쓴맛으로 먹는 것’이라고 설명한다고 해서, 손님들이 강제로 쓴맛을 견뎌야 하느냐는 논리죠.
일부 관객들은 ‘호프’에서 나타나는 일관성의 부족을 꼬집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달아나는 황정민을 잡지 못하는 외계인이 다음 순간에는 전속력으로 달리는 차보다 빨리 달리곤 하죠. 이런 부분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는 관객들도 적지 않습니다.
영화 '호프'의 한 장면.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발연기, CG, 대사가 문제인가?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들은 마이클 파스벤더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얼굴을 사용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외계인을 상대로 연기하는 인간 배우들은 영화 촬영 시점에는 허공에 대고 반응 없는 연기를 했어야 했다는 뜻입니다.
한국 영화에서 이런 시도가 흔치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실제로 보이지 않는 존재를 상대로 연기를 하자니, 배우의 연기력이 100% 발휘되기 어렵다는 부분이 있고, 막상 CG로 완성된 외계인 형상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관객이 실망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부분은 이 영화 속 시간들이 모두 낮 시간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았습니다.
관객들 사이에선 특히 정호연이 연기하는 여순경 성애의 대사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나 감독은 “정호연의 대사는 모두 100% 시나리오에 있는 것이며, 구어체도 아니고 문어체도 아닌 묘한 말투”라는 말로 이것 역시 의도된 연출임을 밝혔습니다. ‘순수할 정도로 정의로운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죠. 물론 이런 의도에 수긍할 것인가 여부도 관객들 사이에선 논란의 대상입니다.
영화 '호프'의 한 장면.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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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욕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긴장 넘치는 추격전 사이사이에도 나 감독은 꽤 많은 유머를 배치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동네 노인 역 임현식의 괴물 목격담에 삽입된 ‘똥 이야기’인데요, 이런 유머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영화 전체에 대한 평가와 직결되는 양상입니다. ‘나홍진식 유머’를 “액션의 긴장을 푸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보는 관객들은 대부분 영화 전체에 대해서도 호의적이고, ‘실패한 유머’로 보는 관객들은 비판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 이 영화에는 ‘씨발’이라는 욕설이 173회 나온다는 비공식 통계가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나 감독은 “촬영본을 보니 실제 대본에 있는 것의 2배 정도 ‘씨발’이 등장하고, 편집하면서 200개 정도는 걷어냈는데도 이 정도 남았다”고 설명합니다. 일부 관객들은 “보고 나오니 욕 밖에 기억나는 게 없다”며 반응하지만, 다른 많은 관객은 “마을에 외계인이 쳐들어와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입에서 욕부터 나오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입니다.
영화 '호프'의 캐릭터 포스터.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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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 부분은 ‘호프’에 우호적인 관객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차이를 보이는 부분입니다. 많은 관객은 “머리를 비우고 보기에 최적”이라며 순수한 액션의 쾌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하지만, 또 다른 관객들은 “두 번 보고 나니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이해할 수 있었다”며 “이 영화를 졸작으로 보는 것은 영화 속에 감춰져 있는 깊은 의미를 다수 관객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미 많은 관객은 “제목이 ‘호프’인 것은 지구를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삼아야 하는 외계인의 시각에서 갖는 ‘희망’을 말한다”라거나 “어린 외계인의 죽음은 ‘신의 독생자를 무지에 의해 해친 인간들’을 상징하는 기독교적 비유”라는 등 다양한 해석을 쏟아내고 있기도 하죠.
영화 '호프' 예고편의 한 장면.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뭣이 정말로 중헌디?”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에서 “뭣이 중헌디?”라는 대사가 유행했듯, ‘호프’에서는 “지금 그런 게 중요해?”라는 대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결국 찬반은 한국 영화 사상 초유의 시도라는 새롭고 야심 찬 도전에 더 중요한 가치를 두는 관객들과, 익숙한 서사 구조나 좀 더 친절한 설명을 기대하는 관객들 사이의 간극을 보여줍니다.
과연 ‘호프’는 생각 없이 볼 때 가장 재미있는 영화일까요, 깊이 감춰진 의미를 하나하나 캐 볼 때 더 재미있는 영화일까요? 일각에서는 이런 치열한 논란이 더 큰 화제를 일으키면서 더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몰고 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합니다. 현재 손익 분기점의 관객 수가 700만명으로 예상되는 ‘호프’가 올여름 극장가에서 어떤 최종 성적표를 받아들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