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시작하면 더 쉽게 배우고, 더 잘하지 않을까?’
아이가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하길 바라는 양육자라면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봤을 겁니다. 말문이 트이기 전부터 영어 동요를 들려주고,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도 그래서죠. 엄마 아빠가 영어를 배워서라도 아이에게 영어로 말해주고, 영어유치원(영유아 대상 영어 학원)에도 보내고요. 하지만 이런 방식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모국어도 제대로 익히기 전에 영어를 노출하면 모국어 발달까지 해칠 수 있다는 건데요. 뭐가 맞는 걸까요?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가 이중언어 아동 전문가인 임동선 이화여대 언어병리학과 교수를 찾아갔습니다. 우리 말도, 영어도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 구독 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영어로 대화하면, 아이가 영어 잘할까요? 글쎄요. 엄마·아빠 영어가 서툴다면, 굳이 애쓰지 마세요.”
“아이가 영어를 유창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임동선 이화여대 언어병리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부모가 애써 영어로 말하는 게 아이 영어 실력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상호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양육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는 것이 가장 좋은 언어 자극”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27년간 아동의 언어·인지 발달을 연구해온 학자다. 그중에서도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 발달이 그의 주요 연구 주제다. 최근에는 『내 아이의 언어 감각』도 펴냈다.
임동선 이화여대 언어병리학과 교수는 “양육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는 것이 가장 좋은 언어 자극”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록 기자
임 교수는 “모국어 외 다른 언어를 배우는 건 뇌 발달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면서도 “무작정 영어 영상을 틀어주거나 영어책을 읽어주는 건 결코 좋은 방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에게 영어를 노출해야 할까?
Q : 아이와 영어로 대화하는 게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요?
부모가 외국인이거나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경우는 제외하고, 부모가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영어를 써야 하는 경우라면,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아요. 아이가 간단한 생활 영어는 익힐 수 있겠죠. 하지만 그걸 진짜 영어 실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또, 아이가 클수록 언어를 매개로 정서적 유대감을 쌓고, 가정과 사회의 문화·믿음·가치·규범 같은 것도 가르쳐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정말 편한, 무의식적으로 쓸 수 있는 언어가 아니라면, 아이와 교감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불편하고 서툰 영어로 말할 바에야, 모국어로 충분히 대화하는 게 더 낫습니다. 그렇게 해야 아이가 제2언어를 더 잘 배울 수 있어요.
Q : 두 언어를 노출하더라도 모국어를 특히 신경 써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A : 이중언어 아동이라고 해서 한국어를 담당하는 뇌, 영어를 담당하는 뇌가 따로 있지 않아요. 두 언어가 서로 역동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달하죠. 이를 ‘전이 효과(Transfer effect)’라고 하는데요. 모국어가 탄탄할수록 다른 언어도 더 잘 배울 수 있습니다. 이중언어 사용자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와요. 집에서 꾸준히 모국어를 사용한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자존감이 높았어요. 학업 성적도 더 뛰어났고요.
Q : 그렇다면 영어를 언제, 어떻게 노출해야 하나요?
A : 외국어 학습에 있어 최적기가 언제인지는 밝혀진 바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결정적 시기’나 ‘마법의 나이’ 같은 건 없죠. 분명한 건 연령, 뇌 발달에 맞는 방식으로 노출해야 가장 잘 배울 수 있다는 겁니다. 학령기 전 아이는 언어를 학습하지 않고 습득하는 방식으로 배워요. 내가 뭔가 배우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배웁니다. 바꿔 말하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게 가장 좋은 환경이죠. 아이에게 일방적, 명시적으로 영어를 학습시키는 것도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건 아이가 가진 언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방식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