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및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종가와 비교해 463.81포인트(6.37%) 하락한 6820.60, 코스닥은 37.59p(4.53%) 하락한 791.84로 마감했다. 김종호 기자
인공지능(AI) 관련 종목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가 글로벌 투자심리를 가늠하는 핵심 선행지표로 떠오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9일(현지기간) 보도했다.
통신은 과거 주변부 시장으로 평가받던 한국 증시가 이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움직임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주와 AI 관련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런던과 뉴욕, 도쿄의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거래를 시작하기 전 한국 증시부터 확인하는 것이 새로운 일상이 됐다.
오르투스 어드바이저스의 앤드루 잭슨 일본 주식전략 책임자는 올해 초 20여년 투자 경력에서 처음으로 코스피 차트를 주요 관찰 대상으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HSBC의 헤럴드 반 데어 린데 아시아·태평양 주식전략 책임자는 “요즘 한국은 모든 회의에서 논의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하니 레다는 “이제 우리는 모두 한국 투자자”라며 “매일 아침 한국 증시를 보며 AI 투자심리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가 마감한 뒤에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와 한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심리가 이어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레다는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를 사실상 24시간 추적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AI 수요 둔화 우려가 확산했던 지난주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코스피는 지난 13일 하루 동안 약 9% 급락했고, 이후 약세 흐름이 미국 증시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 ADR도 9.3% 하락하며 주요 반도체 종목의 동반 약세를 이끌었다.
한국과 미국 증시의 연계성도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코스피와 나스닥100지수의 60일 상관계수는 0.46으로 최근 2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 최근 5년 평균인 0.16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티그리스파이낸셜파트너스의 이반 파인세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한국은 사실상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변동성 생태계에 편입됐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코스피는 미국 AI와 반도체 투자 위험을 보여주는 장전(pre-market)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더는 멀리 떨어진 주변 신흥시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 주가가 하락할 때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증시 약세 국면에서 나스닥100지수가 코스피 움직임에 반응하는 민감도는 지난 7일 기준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다만 한국 증시의 높은 변동성은 부담 요인으로 지적됐다.
코스피는 6월 고점 이후 25% 하락하며 시가총액 약 1조 달러가 감소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레버리지 거래가 주가 변동성을 확대하면서 코스피가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변동성이 큰 시장 중 하나가 됐다고 분석했다.
UBS 일본 지사 스미트러스트웰스매니지먼트 고바야시 일본 주식전략가는 “레버리지 거래로 변동성이 큰 시장이 투자심리를 주도하면서 주가가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괴리될 가능성이 커져 투자 판단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