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구입을 하고 나중에 분할 페이먼트를 하는 구매 방식이 생필품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관련 회사인 어펌 웹사이트의 초기 화면. [어펌 사이트 캡처]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선구매 후결제(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를 생필품 구매에까지 이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연체가 증가하면서 단기 금융상품이 오히려 가계 부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CNBC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BNPL 거래 규모는 총 1570억 달러로 전년의 1160억 달러보다 410억 달러나 대폭 늘었다.
온라인 금융정보업체 렌딩트리가 이달 초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44%가 앞으로 6개월 안에 BNPL 서비스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13%는 같은 기간 세 건 이상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들어서는 크레딧카드사들도 뛰어들어 200~300달러가 넘는 구매에 2~5%의 이자를 적용해 분할 페이먼트 선호 여부를 묻는 메시지를 이용자에게 보내기도 한다.
BNPL은 원래 의류나 가전제품 등 선택적 소비를 위한 결제 수단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식료품과 월세, 의료비, 공공요금 등 필수 생활비를 충당하는 수단으로 이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렌딩트리의 지난 3월 조사에 따르면 BNPL 이용자의 29%는 식료품 구입에 BNPL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이는 2024년의 14%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 18%는 자동차 수리비, 13%는 월세를 내는 데 BNPL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소비자단체 ‘프로텍트 바로워스’의 최근 조사에서는 BNPL 이용자의 42%가 의료·치과 치료비를, 39%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을 납부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생활비 부담이 커진 현실을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비영리 신용상담기관 머니매니지먼트인터내셔널(MMI)의 짐 트릭스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소비자들이 이미 신용카드를 한도까지 사용한 뒤 마지막 선택지로 BNPL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국내 크레딧카드 부채는 올해 1분기 1조250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5.9% 증가했다.
문제는 연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렌딩트리 조사에서는 BNPL 이용자의 47%가 지난 1년 동안 한 차례 이상 연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2024년의 34%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대부분의 BNPL 상품은 구매 시 25%를 먼저 내고 나머지를 6~10주 동안 4~8회에 걸쳐 무이자로 나눠 갚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자가 붙는 상품도 빠르게 늘고 있다.
프로텍트 보로워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BNPL 신규 대출 가운데 이자 부과 상품 비중은 37% 이상으로, 2021년의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일부 서비스는 연체할 경우 회당 7~8달러의 연체료를 부과하며, 이자와 각종 금융 수수료를 합치면 최고 연 36% 수준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소비자단체는 연체료까지 반복해서 붙으면 실질적인 연이율(APR)이 100%를 넘는 경우도 있다며 단기 소액대출이나 월급을 미리 빌려쓰는 페이데이론(payday loan)과 비슷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예정대로 갚지 못할 경우 크레딧카드 연체 수준의 부담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업계는 BNPL이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의 현금 흐름을 돕는 합리적인 금융수단이라고 주장한다. 핀테크협의회는 “투명한 조건 아래 분할 결제를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BNPL 자체보다 여러 건의 결제를 동시에 이용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지적한다. 소액이라고 방심하기 쉽지만 상환 일정이 겹치면 연체 가능성이 커지고 결국 또 다른 BNPL이나 크레딧카드에 의존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