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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 강박증’ 버렸다

중앙일보

2026.07.20 08:01 2026.07.2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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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라푸엔테. [로이터=연합뉴스]

데라푸엔테. [로이터=연합뉴스]

스페인을 북중미 월드컵 정상으로 이끈 ‘지지 않는 축구’의 설계자는 대표팀 사령탑 루이스 데라푸엔테 감독이다. 5부리그 선수 출신인 그가 이끄는 스페인은 지난 2024년 3월 이후 A매치 38경기 무패(29승9무) 행진 중이다. 2년 전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선수권(유로2024)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같은 기간 두 번의 메이저대회 우승 이력도 쌓았다.

스페인은 지난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티키타카(패스워크 위주의 점유율 축구)’를 앞세워 정상에 오른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80% 안팎의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하고도 상대의 단단한 수비에 이은 과감한 역습 한 두 번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데라푸엔테 감독은 지난 2022년 부임 이후 스페인 축구 특유의 ‘패스 강박증’을 깨는데 집중했다. 무의미한 후방 패스를 줄이고, 최전방과 측면에 더 자주 볼을 보내 득점 기회를 늘리는데 주력했다. 아울러 경기 중 볼을 빼앗기면 즉각 조직적으로 움직여 최대한 빨리 되찾는 과정을 강조했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데라푸엔테 감독 전술의 핵심은 수직성과 유연성에 기반을 둔 실리 축구”라고 진단했다.

새 전술의 바탕에는 끈끈한 조직력을 깔았다. 데라푸엔테 감독은 앞서 스페인 19세 이하(U-19), 21세 이하(U-21), 23세 이하(U-23) 대표팀 사령탑을 두루 거쳤다. 이 과정에서 다니 올모, 우나이 시몬, 미켈 오야르사발 등 현 A대표팀 주축 멤버 다수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항상 두 단어 ‘부탁합니다’와 ‘감사합니다’를 강조한다”면서 “실력이 뛰어난 선수여도 예의와 가치관이 없다면 내 팀에 뛸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건 그가 과거 스페인축구협회 지도자 강사로 활동하던 시절, 이번 대회 결승전 상대로 마주한 아르헨티나 사령탑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을 가르쳤다는 사실이다. 데라푸엔테 감독은 “당시에도 스칼로니는 남달랐다. 끊임없이 질문했고, 툭하면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손을 들었다”면서 “그때 치열하게 토론하며 나눈 이야기들이 (지도자 이력에) 도움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벌집에 이롭지 않은 것은 벌에게도 이롭지 않다’는 격언을 가슴에 품고 산다. 로마 황제 겸 명상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저서 ‘명상록’에 담긴 말로, 개인보다 공동체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송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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