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스페인 축구대표팀 주장 로드리(30·맨체스터 시티)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우수선수(골든볼)로 뽑혔다. 2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고 우승한 후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그는 이번 수상으로 공격수에 쏠려있던 스포트라이트를 중원으로 끌어왔다.
대개 영웅 서사가 그렇듯, 로드리의 출발도 초라했다. 마드리드 중산층 가정 출신인 그는 “학업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부모와 약속한 뒤에야 축구를 시작했다. 어릴 적 성장이 더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스팀에서 방출당했다가 비야레알 유스팀으로 옮긴 뒤에야 뒤늦게 성장판이 열렸고, 지금의 우람한 체격(1m91㎝)으로 급성장했다.
축구와 공부를 병행하는 삶은 프로에 진출해서도 이어졌다. 비야레알을 통해 프로(스페인 라리가)에 입문한 로드리는 대학에서 경영학 공부를 병행했다. 그 시절 수업을 놓치지 않으려 대학 기숙사에서 지냈다. 여느 학생처럼 생활하고 공부하던 그는 기숙사 휴게실에서 탁구를 치다 사귄 아내(라우라)와 인연을 맺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거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시티로 이적한 뒤에도, 외과 수련의인 라우라와 장거리 연애 끝에 결실을 보았다.
로드리는 세르히오 부스케츠(은퇴)의 후계자를 찾던 펩 과르디올라 당시 맨시티 감독의 눈에 띄었다. 결과적으로 둘 모두에게 최상의 선택이 됐다. 맨시티가 트레블(3관왕)을 달성한 2022~23시즌, 로드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결승골 등 공수에 걸친 맹활약으로 MVP를 거머쥐었다. 활약상은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이어져, 2023년 UEFA 네이션스리그와 202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에서 스페인을 정상에 올리며 MVP를 석권했다. 2024년 말에는 세계 최고 축구선수의 상징인 발롱도르까지 품에 안았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로드리는 큰 시련을 겪었다. 2024~25시즌 도중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대에 올랐다. 월드컵 유럽예선 기간 대부분을 혹독한 재활에 매달렸다. 초인적인 노력으로 일어선 그는 대표팀에 복귀했고,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그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그는 냉철한 리더십과 압도적인 피지컬을 앞세워 본선 8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하며 팀을 우승으로 견인했다.
로드리는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프랑스와의 준결승전에서는 킬리안 음바페를 완벽히 틀어막았다. 이날 결승전에서는 우승과 통산 세 번째 월드컵 골든볼을 노리던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마저 말끔히 지워버렸다. 실제 아르헨티나는 연장 후반 11분 메시의 첫 슈팅이 나오기 전까지 116분간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가 지휘한 스페인 중원은 아르헨티나에 좁은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그는 수비진 보호와 커버, 후방 빌드업 등 미드필더가 맡은 전 영역을 완벽히 지배했다. 로드리는 결승전에서 99개의 패스 중 93개를 정확히 배달했다.
로드리는 “다시 이 무대에 서서 주장으로서 트로피를 들 수 있을지 상상도 못 했다”며 “골든볼은 서로를 믿고 헌신해 준 우리 팀 전체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공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