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고 신형승이 20일 대통령배 우신고와의 1회전을 5-1 승리로 이끌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신형승은 두 번째 투수로 나와 5이닝 무실점 호투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고봉준 기자
카메라 앞에선 활짝 웃지도 못하는 ‘순둥이’인데 마운드에 서면 자유자재로 타자를 요리하는 ‘능구렁이’로 변한다. 청원고 3학년 왼손 에이스 신형승(18)이 선보인 반전 매력이다.
신형승은 20일 경북 포항생활체육구장에서 열린 제60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1회전에서 우신고를 상대로 5이닝 1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해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4회말 청원고의 두 번째 투수로 나와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프로구단 스카우트는 “초고교급까지는 아니지만,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 여러 구단이 탐을 내는 재목”이라면서 “투구 메커니즘이 간결하고 직구도 힘이 있다. 체격만 보완하면 필승조로 키워볼 만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날 신형승의 직구 최고 시속은 142㎞. 파이어볼러 유형은 아니지만 예리하게 휘는 슬라이더에 스플리터와 커브를 적절히 섞어 5이닝 동안 7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경기 종료 후 모습은 카리스마를 뽐내던 마운드와 딴판이었다.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연신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부끄러워했다. 긴장 가득한 표정을 좀처럼 풀지 못 하던 신형승은 인터뷰가 시작돼 야구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날카로운 눈빛을 되찾았다. “NC 다이노스 구창모 선배님을 닮고 싶다”고 운을 뗀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 가득한 투구 스타일을 닮고 싶다”고 했다.
청원고는 올해 전국대회 최고 성적이 32강(청룡기)이지만, 이번 대회에선 다크호스로 평가 받는다. 이날도 유승준-신형승-임준혁이 이어던지며 우신고 타선을 단 1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타선 집중력도 돋보였다. 0-1로 뒤진 3회 1사 1루에서 남혁의 좌중간 2루타로 동점을 만들더니, 이어진 1사 1,3루 찬스에서 권혁이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3루타를 터뜨려 곧장 승부를 뒤집었다. 청원고는 방성익의 우전 적시타까지 묶어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청원중을 거쳐 청원고 유니폼을 입고 뛰는 신형승은 “청원고는 한때 실력 있는 선배들이 많은 학교로 전국적인 명성을 떨쳤다”면서 “최근 몇 년 간은 만족스런 성적을 내지 못 했지만, 이번 대통령배에서 옛 명성을 반드시 되찾을 것”이라 각오를 다졌다.
한편 마산고는 장안고를 11-2로, 공주고는 의성고를 5-2로 각각 꺾었다. 경주고는 상동고를 맞아 8회 3점을 뽑아 8-6 역전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