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서버와 반도체를 실어 나르는 화물기가 아시아 항공사들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한국과 대만 항공사들의 화물 매출은 3년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늘어났다.
블룸버그가 대한항공과 대만의 중화항공·에바항공의 2분기 실적 데이터를 자체 분석한 결과, 이들 항공사의 화물 매출이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희 디자이너
이들 항공사는 반도체 및 기타 장비 물량 운송이 새로운 화물 수요 흐름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AI 서버와 고성능 반도체 등 첨단 장비는 충격과 미세한 온도·습도 변화에 매우 민감한 정밀 기기다. 손상 위험이 크고 정확한 배송시점을 요구하는 특성상, 항온·항습 및 정밀 진동 제어 장비를 갖춘 항공 특수 운송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더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적인 전력 변압기 등 ‘대형·중량 화물(Heavy Cargo)’ 수송 수요까지 늘었다. 이러한 고부가가치 화물 수주 증가가 항공사들의 화물 단가와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아시아·태평양 운송 리서치 헤드 네이선 지는 “화물 사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공사들에 핵심적인 호재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시작된 AI 슈퍼사이클과 견조한 이커머스 물동량, 그리고 타이트한 공급이 맞물려 “강력한 가격 결정력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2027년까지 항공 화물 펀더멘털 전망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용 화물기 편대를 보유한 대만과 한국 항공사들은 특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AI 서버에 탑재되는 메모리칩 부문 세계 3대 제조사 중 두 곳이며, 대만의 TSMC는 엔비디아의 주요 위탁생산업체다. 공식 화물 운임 데이터인 TAC 지수에 따르면, 홍콩과 서울·대만 등 주요 지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주요 항공화물 노선의 운임은 최근 몇 주 사이 2022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이번 주 초 대한항공은 애널리스트 전망치를 4배 이상 웃도는 영업이익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적인 AI 투자가 화물 매출을 거의 50% 가까이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이에 AI 관련 산업과 같은 고성장 화물 부문에 대한 집중을 이어가겠다고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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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칩 물동량 덕에 항공사들은 올해 초 발발한 이란 전쟁으로 인한 항공유 가격 급등의 부담을 완화했다. 항공유는 보통 항공사 영업비용의 30%가량을 차지해 유가 급등 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칩을 확보해야 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가격 저항선이 낮다 보니, 항공사들은 기름값을 운임과 유류할증료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었다.
에바항공은 14일 블룸버그에 AI 서버 관련 물품이 대만-미국 간 전체 항공화물의 40~5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AI 관련 화물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른 품목 물량조차 밀어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AI발 수요 상승세는 화물기 발주 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에바항공은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8년까지 화물기 3대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중국남방항공은 지난달 보잉 777 화물기를 최대 10대까지 발주했다. 캐세이퍼시픽은 에어버스 A350F 화물기 2대를 추가 발주해 총 발주 대수를 8대로 늘렸으며, 에어차이나카고는 지난 5월 A350F 발주 대수를 10대로 상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