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취임 후 기준금리 경로에 대한 힌트를 줄이자 월가는 인공지능(AI)으로 그의 속내를 읽기 시작했다.
20일 미국 CNBC에 따르면 미국 물가·국채 연동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F/m인베스트먼츠는 최근 AI 챗봇 ‘워시GPT’를 공개했다. 워시 의장의 연설문과 발언록 등 약 1800건의 공개 기록을 가지고 통화정책 방향을 분석해내는 도구다.
알렉산더 모리스 F/m인베스트먼츠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Fed의 화법을 해독해 꽤 좋은 사업을 해왔다”며 “그런데 워시 의장은 우리에게 말을 아끼겠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워시GPT 출시는 이런 정보 공백을 메우려는 월가 경쟁의 한 단면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고객용 투자 분석 플랫폼(대시보드)을 통해 워시 발언에 담긴 정책 기조를 분석하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은 점도표가 폐지되면 FOMC 위원들의 연설을 면밀히 분석하겠다고 공표했다.
지난 6월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은 약 130단어로, 기존 300단어 이상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제롬 파월 전 의장이 기자회견과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기준금리 전망)로 정책 방향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면, 워시 의장은 말을 아끼는 쪽을 택했다. 워시 의장은 성명을 “더 짧고 단순하게” 바꾸고 향후 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내용은 의도적으로 덜어냈다고 밝혔다. UBS에 따르면 첫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관련 문장 비중은 5%로, 지난 5월 퇴임한 파월 전 의장 시절 평균 27%를 크게 밑돌았다.
시장에서는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시절의 ‘건설적 모호성’이 되살아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책 방향을 명확히 예고하지 않아 시장이 과도하게 미리 움직이는 걸 막고 정책 유연성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실제 시장의 전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CME 페드워치는 이날 기준 9월 금리 동결 확률을 약 40%로 반영한 반면, 예측시장 플랫폼인 칼시는 62%로 제시했다. Fed의 정책 방향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20%포인트 넘는 확률 격차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창용 전 총재 시절 조건부 포워드가이던스(경제 여건을 전제로 한 금리 안내)와 ‘K-점도표’를 도입했다. 신현송 총재도 취임 후 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지난달 K-점도표의 시장 영향을 검증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한 만큼 향후 운용 방식이 조정될 여지가 있다. 신 총재는 국제결제은행(BIS) 재직 시절 “시장은 헤드라인에 고착된다”며 포워드가이던스의 한계를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