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북중미 월드컵 스페인과의 결승전에서 0-1로 패한 뒤 메시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기대감에 최근 부친까지 편찮아 거대한 짐을 짊어지고 달려온 그였다.
39세 25일의 메시는 월드컵 결승에 출전한 역대 최고령 필드 플레이어다.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그도 스페인의 ‘질식 축구’ 앞에서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
전반 15분 동안 메시가 공을 만진 건 킥오프 때가 전부였다. 볼 터치는 전반 15회, 경기 전체를 통틀어 54회에 그쳤다. 스페인은 왼쪽 풀백 마크 쿠쿠렐라를 전진 배치하는 등 라인을 올린 뒤 2~3명이 메시를 에워쌌다. 메시를 향한 패스 길목을 아예 끊어버렸다. 뒷공간 침투 패스는 골키퍼 우나이 시몬이 나와 걷어냈다. 티에리 앙리 폭스스포츠 해설위원은 “머리가 물속에 잠긴 것처럼 숨 막히는 축구”라고 평했다.
스페인은 연장 후반 1분 니코 윌리엄스가 헤더로 떨궈준 공을 페란 토레스가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결승골을 터트렸다. 이후 메시가 위협적인 슈팅과 크로스로 마법 같은 순간을 재현하려 애썼지만, 그의 유효슈팅은 0개로 끝났다. 대회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은 로드리(스페인), 득점왕에게 주는 골든부트는 킬리안 음바페(프랑스)에게 돌아갔다.
야말과 포옹하는 메시. AP=연합뉴스
준우승에 그쳤지만 그 누구도 메시를 폄훼할 수는 없다. 39세의 나이에도 8골 4도움을 올리며 아르헨티나를 2회 연속 월드컵 결승에 올려놓았다. 0-2로 끌려가던 이집트와의 16강전에서 1골 1도움으로 3-2 역전승을 이끌었고, 잉글랜드와의 4강전에서도 막판 2도움으로 2-1 역전극을 완성했다.
축구팬들에게 나이가 들어도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웅변한 메시는 이번 대회를 통해 펠레와 디에고 마라도나를 넘어 축구 GOAT(역대 최고) 자리를 공고히 했다. 마이클 조던(농구), 타이거 우즈(골프), 톰 브래디(미식축구), 웨인 그레츠키(아이스하키), 우사인 볼트(육상) 등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 역사상 최고 선수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다음 월드컵이 열릴 2030년엔 43세가 되기에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다. 다만 경기 시간의 약 63%를 걸어 다니다 결정적인 순간 마법을 부리는 스타일을 유지하고 철저한 몸관리가 뒷받침된다면, 메시의 7번째 월드컵 출전이 전적으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다른 선수라면 어림도 없겠지만 메시이기에 실낱같은 가능성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