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는 20일(한국시간) 스페인과의 북중미 월드컵 결승에서 폭력에 가까운 비매너 플레이를 연발해 비난을 받았다. 스페인의 가비(왼쪽)가 아르헨티나의 파레데스(5번), 알마다와 몸싸움을 벌이다 넘어지는 모습. 파레데스는 경기 후에도 난투극을 일으켜 레드카드를 받았다. [AP=연합뉴스]
20일(한국시간) 북중미 월드컵 결승, 아르헨티나가 스페인에 0-1로 졌다. 경기 종료 직후, 나우엘 몰리나(아르헨티나)가 우승을 자축하며 달려가던 로드리(스페인)의 복부를 가격했다.
스페인의 에릭 가르시아가 몰리나 쪽으로 다가가자, 또 다른 아르헨티나 선수 레안드로 파레데스가 이성을 잃은 듯 돌진해 뒤에서 넘어뜨리고 목을 움켜쥐었다. 주먹다짐을 벌인 파레데스는 이를 말리러 온 스페인의 가비마저 바닥에 내팽개치고 얼굴을 두 차례 밀쳤다. 패싸움 직전까지 갔는데 양팀 관계자들이 겨우 뜯어말렸고, 주심은 파레데스에게 레드카드를 꺼냈다.
아르헨티나 파레데스가 가비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얼굴을 밀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라운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가비가 도발성 발언을 했다는 추측도 있다. 그렇다 해도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리오넬 메시를 추종하는 일명 ‘메시 해적단’의 왼팔, 로드리고 데파울과 함께 ‘메시 호위무사’를 자처하던 파레데스가 월드컵의 마지막 페이지를 얼룩지게 만들었다.
파레데스만이 아니었다. 엔소 페르난데스는 심판을 비꼬듯 박수 치다 옐로카드를 받았다. 후반 종료 직전엔 상대에 거칠게 달려드는 파울로 퇴장당했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방송용 마이크도 걷어찼다.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준우승 메달 수여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악수를 거부했다. 스페인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를 때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등을 돌렸다. 월드컵 결승 사상 최초로 90분간 슈팅 0개에 그친 아르헨티나는, 축구도 매너도 졌다.
앨런 시어러 BBC 해설위원은 “패배가 아픈 건 알지만, 패배에도 품격이 있다”며 “우리는 이런 아르헨티나의 모습을 너무 자주 봐왔다”고 아쉬워했다. 전 독일 대표 토마스 히츨슈페르거는“ 메시는 공을 다룰 줄 아는 천재지만, 그의 팀 동료 대부분은 아름다운 게임에 대한 이해가 없는 폭력배들”이라고 썼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 마라도나(왼쪽)가 잉글랜드와 8강전에서 손으로 골을 넣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추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디에고 마라도나의 ‘신의 손’ 득점은 명백한 고의적 파울이자 비신사적 행위였다. 마라도나는 경기 후 “내 머리와 신의 손이 함께했다”는 궤변을 남겼고, 훗날 이를 1982년 포클랜드 전쟁 패배에 대한 ‘상징적 보복’이었다고 시인하며 부정행위를 정당화했다.
심판이 놓친 반칙이 그대로 득점으로 인정된 이 사건은, 어쩌면 후배들에게 ‘반칙도 안 들키면 그만’이라는 뒤틀린 인식을 심어줬는지 모른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선 이른바 ‘신성한 물’ 사건도 있었다. 브라질과의 16강 경기가 잠시 중단된 사이, 브랑코가 아르헨티나 벤치 쪽에 물을 요청했다. 건네받은 생수병을 마신 브랑코는 갑작스러운 어지러움과 무기력증을 호소했고,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아르헨티나는 1-0으로 이겼다. 당시엔 생수병에 진정제(로히프놀)를 탔다는 의혹으로만 떠돌았지만, 14년 뒤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나 방송에 출연해 일부 인정했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북중미 월드컵 4강전 승리 후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 영토’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쳐 들고 승리를 자축했다. AP =연합뉴스
정치적 선동도 반복됐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포클랜드 영유권 주장 세리머니를 해왔다. FIFA가 가장 엄격히 금지하는 경기장 내 정치적 의무 위반이다.
이번 대회에서 퇴장당한 파레데스도 전력이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네덜란드 선수에게 파울한 뒤 상대 벤치로 강하게 볼을 차 벤치 클리어링을 일으켰다. 승부차기 끝에 네덜란드를 꺾은 뒤엔 아르헨티나 선수단이 조롱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2024년 코파 아메리카 우승 후엔 엔소 페르난데스가 “프랑스 선수들은 모두 앙골라 출신”이라는 인종차별 노래를 불러 파문을 일으켰다.
역대 월드컵 결승전 퇴장자 7명 중 4명이 아르헨티나 선수다. 이번 대회 내내 아르헨티나에 유독 관대한 판정이 이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개최 대륙이 아메리카인 데다 실력도 최강, 게다가 유럽에서 자라 세련된 매너를 갖춘 메시가 뛰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결승 패배로 우아한 커튼이 걷히자 일그러진 승리지상주의와 비뚤어진 애국주의만 남았다.
아르헨티나의 ‘해적 축구’는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피로감을 안긴다. 반복되는 그라운드 내 폭력, 인종차별, 정치적 선동에 FIFA가 강력한 메스를 대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