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후반기 원 구성 법정 기한을 넘긴 채 표류한 지 53일째지만, 더불어민주당은 20일 본회의에서 2차 종합특검(특별검사 권창영)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하는 특검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면서 3월 검찰청 폐지 법안 처리 이후 4개월 만에 필리버스터 대치 정국이 되풀이됐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2시 열린 국회 본회의에 특검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제안 설명에서 “특검 수사의 기간, 인력의 제약으로 내란과 국정 농단의 잔재를 완전히 뿌리 뽑는 데 제약이 있어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지난 2월 25일 출범한 특검의 수사 기간을 30일 더 연장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는 대통령 승인을 거치면 1회에 한해 30일(총 150일) 늘릴 수 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30일씩 2회(총 180일) 연장할 수 있게 된다. 24일까지가 활동 기한이던 특검 수사를 8월 23일까지 할 수 있게 된다. 파견 공무원 수도 130명에서 150명으로 확대돼 특검팀의 최대 인력은 271명에 달한다. 이미 종료된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중 규모가 가장 컸던 내란 특검(267명)보다도 큰 규모다. 공무원이 직무유기·직권남용·공무상 비밀누설을 통해 감사를 방해하는 행위 등을 수사 대상에 추가했고, 법조 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인 특별수사관이 검사 대신 공소유지를 맡을 수 있게 하는 ‘공소유지 변호사’ 직제도 신설된다. 그러나 최근 종합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 17건 중 11건이 기각되는 등 여권 내에서도 수사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수사 도중에 법을 고쳐 기간을 늘린 특검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재명 정부가 유독 특검을 정치 보복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며 “축구에서 심판이 경기 도중에 마음대로 규칙을 바꿔 자기편에게 유리하게 규정을 적용하면 스포츠가 아니라 심판의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검찰의 보완수사는 폐지하겠다더니 특검엔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는 게 앞뒤가 맞는 소리인가”라며 “이재명 정권의 모순을 보여주는 입법 폭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 161명은 이날 필리버스터 개시 직후 조정식 의장에게 종결동의서를 제출했다.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299명) 5분의 3(180명) 이상 찬성으로 강제 종료가 가능하다. 다만 조국혁신당이 “필리버스터 종결 협조와 관련해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의 입장(검사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을 잘 반영해서 당내 논의에 반영해 달라”(박병언 선임대변인)며 비협조 가능성을 시사한 게 변수다. 조국혁신당 의원 12명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범여권 정당과 무소속 의원 전원이 참여해도 174명에 그쳐 강제 종결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