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쿠팡 물류센터를 덮친 큰불이 61시간여 만에 잡혔다. 소방 당국은 혹시 모를 재확산에 대비해 대응 단계를 유지하면서 잔불을 정리 중이다. 주민대피령은 이날 오후 11시를 기해 해제됐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지난 18일 오전 6시54분쯤 서해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지상 8층·연면적 29만9000㎡)에서 발생해 20일 오후 8시쯤에야 큰 불길이 잡혔다. 소방 당국은 이날 5층으로의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허석경 인천 서부소방서장은 “5층에 리튬배터리를 쓰는 물류창고용 로봇 수백 대가 위치해 있다”며 “(여기로) 불이 확산하면 건물 전체로 연소가 급격하게 확대된다”고 밝혔다. 리튬배터리 양은 전기차 20대 분량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11시 현재 5층으로 불이 번질 우려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화재는 국내 물류센터 화재 중 최장 시간 초진 기록을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진화를 어렵게 한 주요 요인으로 ▶대량의 가연성 적재물 ▶복잡한 내부 구조 ▶높은 내부 온도와 붕괴 위험 등을 꼽는다.
불이 난 물류센터는 층고가 높은 한 층 안에 철제 선반을 여러 단으로 설치한 ‘메자닌(복층) 구조’다. 여기에 종이상자와 비닐 포장재 등으로 포장된 상품이 수십만 개 적재돼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층층이 쌓인 가연성 적재물은 불을 키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비슷한 구조의 물류창고는 전국 6000곳에 육박한다. 소방 설비와 안전관리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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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났다하면 초대형 화재…전국에 이런 물류센터 6000곳
소방 당국은 당초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이틀째인 지난 19일 오후 11시쯤 초기 진화를 예상했지만 20일 오후 8시쯤 큰 불길을 잡았다. 반복되는 대형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고밀도·자동화 창고에 맞는 화재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이 난 물류센터 빌딩에) 가연물이 잔뜩 쌓여 있다 보니 적재물 내부까지 열과 불씨가 침투해 겉불을 꺼도 다시 살아나는 ‘심부화재(深部火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연물을 하나씩 들춰내며 불을 꺼야 하는데, 소방대원의 안전 등을 고려하면 자유롭게 내부에 진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연물이 밀집된 공간은 외부 공기가 유입되면 남아 있던 불씨가 다시 살아나 불길이 커질 수 있다. 실제 소방 당국은 화재로 외벽과 구조물이 훼손되면서 외부 공기가 내부로 유입돼 잔불이 되살아나고 불길이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에 따라 이 같은 창고엔 3m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데, 소방 당국은 이번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적재물이 높게 쌓여 분사된 물이 화점까지 충분히 도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변수는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는 물류 자동화다. 화재가 난 쿠팡 물류센터만 해도 리튬배터리가 탑재된 물류 운반 로봇 수백 대가 작동 중이었다.
리튬배터리는 많은 에너지를 작은 공간에 저장하는 구조와 가연성 전해질 때문에 불이 붙으면 일반 화재와 달리 스스로 열을 만들어내면서 확산(열폭주)하는 특성이 있다. 2024년 8월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의 경우 8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막대한 피해를 냈다.
자동화 설비가 늘어날수록 새로운 화재 위험에 대비한 안전 기준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영국 등 해외에선 화재 위험도별로 상품을 따로 관리한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국내 물류센터는 다양한 상품을 한 공간에 섞어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연물의 화재 위험도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방화구획을 나눠 맞춤형으로 스프링클러와 방화벽을 설계·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자동화 설비와 배터리 사용이 늘어난 만큼 소방시설과 배터리 충전 공간에 대한 관리 기준도 현실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