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시작한 한국프로야구가 올해 1300만 관객 달성을 앞두고 있다. 사진 LG트윈스
직장인 심모(33)씨는 지난해만 한국프로야구(KBO) 경기를 35번, 올해는 26번 직관했다. 심씨는 20일 “야구장을 17년 째 다니고 있는데 관객들이 가져오는 다양한 굿즈(goods·기획상품)를 보면 놀랍다”며 “요즘엔 한 번 쓰고 버릴 ‘예쁜 쓰레기’보단 실용적인 제품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고 말했다.
심씨는 “구단 마크가 새겨진 반찬 통에 과일을 싸 오는 사람도 있다”며 “야구장에서 일회용품 사용 자제 운동을 하고 있으니 그 취지에도 맞고, 실생활에서 팀을 응원하는 마음을 보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1000만 관객 시대, ‘야구 콜라보 상품’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 ‘야구 굿즈’라면 막대풍선·모자·유니폼·인형 등을 떠올렸다. 이제는 생필품까지 야구 마크를 달고 출시되고 있다. 야구팬들 중엔 수십 만원이 넘는 공연장보다 경기장에서 문화 생활을 즐기는 ‘실속형 소비자’라는 점에서도 이 같은 마케팅이 통하고 있다.
이달 락앤락은 두산베어스와 협업해 텀블러, 실리콘 지퍼백, 쿨러백을 출시했다. 로지텍은 LG트윈스와 협업한 키보드·마우스 세트 굿즈를 지난달 24일 출시했는데 다음날 완판됐다. 이 기업은 기세를 몰아 두산베어스와 협업한 상품도 추가로 내놨다. 삼천리자전거는 KBO와 협업한 자전거를 판매하고 있다.
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피규어 같이 집에 전시하는 상품보다 직접 들고 다닐 수 있는 제품들이 나오면서 구매 만족도도 더 높아지는 분위기”라며 “판매자 입장에서도 일상에서의 광고 효과, 굿즈 제품 스펙트럼 다변화라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통업계의 야구 관련 실적은 매해 급증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이 10개 구단과 협업해 내놓은 우산·핸드타월 등 생필품 굿즈는 지난 4월 출시 나흘 만에 누적 판매량 2만5000개를 돌파했다.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은 지난해 1~9월 야구단과 협업한 굿즈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43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야구 마케팅의 경제적 파급 효과도 상당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5년 KBO가 창출한 소비지출 효과가 약 1조112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부가가치 유발액은 4653억원 규모다.
정근영 디자이너
업계 별로 야구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묘한 신경전도 포착된다. SSG랜더스는 스타벅스와 협업해 정규 시즌이 시작한 3월부터 텀블러와 간식 상품을 내놓았는데, 엔젤리너스 커피 브랜드를 운영하는 롯데그룹의 ‘롯데 자이언츠’와 조지아커피(LG생활건강)를 판매하는 LG그룹의 ‘LG트윈스’는 협업에서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