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벼락 거지 되면 극우 된다”…월가 기자가 본 ‘韓 부동산 덫’

중앙일보

2026.07.20 13:00 2026.07.20 13:3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마이크 버드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소속 기자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를 담당하는 특파원이다. 이코노미스트지 내부에선 '월스트리트 에디터'다. 현장 기자들이 쓴 기사를 살핀 뒤 출고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버드가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The Land Trap)』를 썼다. 부동산은 월스트리트 담당 기자들이 흔히 쓰는 주제가 아니다. 그들은 주로 주식이나 기업의 인수합병(M&A), 사모펀드 등 큰손들의 움직임 등을 주로 쓴다. 월스트리트 담당 기자들이 부동산을 다루면, 부동산 담보대출(모기지) 금리 급변동이나 모기지 부실화가 낳은 금융위기와 같은 사건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버드는 부동산을 둘러싼 사회·경제·정치적 갈등이란 비실용적인 주제를 다뤘다. 아파트값 때문에 사회·경제·정치적 갈등이 날카로워지는 한국의 취재기자 흥미를 자극할 만한 특이함이다. 뉴욕에 머무는 그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마이클 버드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일하기 이전엔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금융시장을 담당했다. 이코노미스트지

마이클 버드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일하기 이전엔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금융시장을 담당했다. 이코노미스트지



Q : (영어판) 책 제목이 인상적이다.
A : 요즘 부동산 때문에 정부와 시민 모두 덫에 걸려 있다. 집값이 급등하는 바람에 주택 소유자들과 집을 사고픈 청년층 사이에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사실 집을 사려는 젊은 층과 집값을 지키려는 소유자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과제다. 청년을 위해 주택 공급을 늘리면 주택 소유자들이 반발하기 십상이다. 부동산의 덫이란 땅값이 오를 때 승자와 패자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Q : 내릴 때는 문제없다는 얘기인가.
A : 결코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담보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경제 전체가 장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에 빠진다. 한마디로 부동산 값이 오를 때나 떨어질 때 모두 갈등과 후유증이 심각하다. 그렇다고 집값을 안정시키기도 불가능하다.


Q :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실시해도 소용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A : 집값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공급이 필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수백만 채를 지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한국 등 많은 나라에서 그럴 만한 땅이 거의 없다. 그 바람에 여러 나라 정부가 세금을 조절하고 금리를 움직이면서 부동산 관련 대출 제어하는 방식으로 주택시장을 관리하려고 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부동산 대책은 시한폭탄을 해체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칫 엉뚱한 전선을 자른다면 그 결과는 재앙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Q : 한국의 부동산 덫이 다른 나라보다 심한 편인가.
A : 한국은 토지와 주택, 부동산이 만들어낸 덫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깊숙이 걸려 있다. 토지 가격이 요동칠 때마다 거시경제와 금융시스템이 위기를 맞을 수 있을 정도다.


Q : 한국에서는 집값이 급등해 정권이 교체되기도 했다.
A :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 모기지 대출을 갚지 못해 압류된 사례가 급증했다. 인구 1000명당 압류가 한 건 늘어날 때마다 힐러리 클린턴의 득표율이 1~1.8%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다. 비슷한 일은 유럽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극우가 표를 많이 얻은 곳은 집값이 더디게 오르거나 하락한 지역이었다. 집값 상승 혜택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극우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그런데 버드의 논리 속엔 덫에서 빠져나올 길이 거의 없는 듯했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기 위해 그가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어 해결책을 물어봤다. 그가 긴 설명 끝에 덫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고 제시한 방안은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진다.

(계속)

(2편) “싱가포르 1가구 1주택 보라”…韓, 부동산 덫에서 벗어날 방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44388


(1편 전문) “벼락 거지 되면 극우가 된다”…월가 기자가 본 ‘韓 부동산 덫’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43410



마이크 버드
영국 엑서터대학교에서 역사와 정치학을 공부했다. 월스트리트저널 경제 기자로 런던과 홍콩에서 일했다. 홍콩에서 근무할 때 "한국을 자주 찾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월스트리트 데스크다. 2016년 해롤드 윈콧 어워드 ‘올해의 젊은 기자상’을, 2020년에는 월스트리트저널 홍콩 민주화 운동 특집 보도로 인권상을 받았다.
마이크 버드 저서

마이크 버드 저서


강남규([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