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패스 756회·터치 910회...'인형술사' 로드리, 월드컵을 지배했다

OSEN

2026.07.20 16:2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정승우 기자] 십자인대 파열로 선수 생활의 정점에서 내려오는 듯했던 로드리(30, 맨체스터 시티)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완벽하게 돌아왔다. 월드컵 우승과 대회 최우수선수까지 거머쥐며 자신의 가치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영국 'BBC'는 21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주장 로드리가 뉴저지의 하늘을 향해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화려한 수상 경력에 또 하나의 우승컵을 추가했다. 이제 그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조명했다.

스페인은 20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꺾었다.

로드리는 주장 완장을 차고 스페인을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6년 만의 우승으로 이끌었다. 스페인은 대표팀 유니폼에 두 번째 별을 새겼고, 로드리는 대회 최우수선수까지 차지했다.

로드리의 우승 경력은 이미 화려하다. 발롱도르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 UEFA 네이션스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4회, UEFA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해 수많은 국내 대회 우승을 경험했다.

여기에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월드컵 트로피까지 추가했다.

로드리는 월드컵과 유로, 챔피언스리그, 발롱도르를 모두 차지한 역대 네 번째 남자 선수가 됐다. 앞서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게르트 뮐러, 프란츠 베켄바워, 지네딘 지단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성공은 장담하기 어려웠다.

로드리는 2024년 9월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트레블을 이끌고 스페인의 유로 우승까지 견인했던 선수가 이전의 경기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를 두고 의문이 따라붙었다.

그는 부상으로 해당 시즌 남은 경기를 모두 놓쳤다. 지난 시즌에는 공식전 33경기에 출전했지만 여러 차례 부상 재발을 겪었고, 때로는 부상 이전의 모습을 잃어버린 듯한 경기력을 보였다.

로드리는 서두르지 않았다. 완벽한 몸 상태로 월드컵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렸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최고 수준을 되찾았다.

스페인의 공격적인 재능과 창의성을 라민 야말이 담당했다면, 팀 전체를 움직인 선수는 로드리였다.

BBC는 로드리를 스페인의 '인형술사'라고 표현했다. 중원에서 보여주는 역할이 눈에 잘 띄지 않을 때도 있지만, 팀의 모든 움직임을 하나로 연결한 선수가 로드리였다는 평가다.

로드리는 이번 대회에서 패스 756회를 성공했다. 관련 기록이 집계된 1966년 이후 단일 월드컵 최다 기록이다.

스페인이 치른 8경기에 모두 출전한 그는 볼 터치 910회, 상대 진영 패스 428회, 상대 수비 라인을 무너뜨린 패스 122회로 모두 대회 최다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76회는 공격 지역에서 나온 전진 패스였다.

결승전에서도 존재감은 이어졌다.

1966년 이후 월드컵 결승에서 패스 100회 이상을 성공한 사례는 세 차례뿐이다. 1994년 브라질의 둥가가 130회, 이번 결승에서 파우 쿠바르시가 121회, 로드리가 101회를 기록했다.

스페인 축구 전문가 기옘 발라게는 "로드리는 완벽하게 뛰어났다. 이번 대회 전체와 경기당 평균에서 가장 많은 거리를 뛴 선수일 뿐 아니라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는 패스도 끊임없이 공급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로드리는 가장 날카로운 상태이며 발롱도르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팀은 로드리의 팀"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롱도르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다만 지난 시즌 소속팀 경기에 충분히 출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월드컵이 끝나면서 로드리의 미래에도 관심이 쏠린다.

로드리는 맨체스터 시티와 계약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가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로 돌아온 조세 무리뉴 감독은 로드리의 침착함과 수비 능력, 볼 통제력을 높이 평가하며 영입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맨체스터 시티의 새로운 사령탑 엔초 마레스카 감독이 로드리를 쉽게 놓아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다.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로드리의 몸값을 더욱 끌어올렸다. 맨체스터 시티 입장에서는 반드시 지키고 싶은 선수이면서도, 매각할 경우 막대한 이적료를 받을 수 있는 자원이 됐다.

로드리는 우승 후 자신의 긴 재활 과정을 돌아봤다.

그는 "이런 부상을 당한 모든 축구 선수가 거쳐야 하는 당연한 과정을 나도 겪었다. 최고의 신체 상태를 되찾는 데 1년이 걸리고, 부상 이전의 선수였던 자신을 다시 느끼기까지는 또 한 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스스로를 믿고 자신감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펩 과르디올라 전 맨체스터 시티 감독은 지난해 10월 로드리가 월드컵이 돼야 최고의 경기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전망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회복의 전환점은 과르디올라와의 솔직한 대화였다. 로드리는 월드컵을 위해 몸을 바로잡으려면 잠시 멈춰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출전해야 할 때와 쉬어야 할 때를 구분하면서 재활 방향도 달라졌다.

로드리는 "지금의 몸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영리하게 판단해야 했다. 언제 경기를 멈추고 언제 다시 뛰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했다. 제대로 회복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다음 세대가 내 사례를 하나의 가능성으로 바라봤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이 내 평생의 철학이다. 때로는 일이 잘 풀리고, 때로는 잘못되기도 한다. 그래도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십자인대 파열 이후 선수로서의 미래를 의심받았던 로드리는 가장 큰 무대에서 다시 일어섰다. 월드컵 우승 트로피와 최우수선수상은 그의 인내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제 로드리는 월드컵 챔피언이자 스페인의 중심으로 새로운 갈림길에 섰다. 맨체스터 시티에 남아 새로운 시대를 이끌지, 레알 마드리드로 향해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할지에 시선이 집중된다. /[email protected]


정승우([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