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시립 극장 디렉터 - 나탈리 루 4대 시립 극장 총괄 디렉터, 한국 역동적 에너지에 주목 토론토 국제영화제 거친 베테랑, 한·캐 문화 가교 역할 기대
나탈리 루(Natalie Lue) 디렉터
밴쿠버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의 중심, 밴쿠버 시립 극장(Vancouver Civic Theatres)의 수장 나탈리 루(Natalie Lue) 디렉터를 만났다. 밴쿠버 시립 극장은 밴쿠버 시가 운영하는 네 개의 주요 공연장 ― 퀸 엘리자베스 극장(Queen Elizabeth Theatre), 오르페움(Orpheum), 밴쿠버 플레이하우스(Vancouver Playhouse), 그리고 애넥스(Annex) ― 을 총칭하는 이름이다. 그리고 이 극장들을 총괄하는 사람이 바로 나탈리 루(Natalie Lue) 디렉터다. 인터뷰는 기관의 소개보다는 한 사람의 여정에 초점을 맞췄다. 그녀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왜 예술이 우리의 삶에 필요한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술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제 사명”
루 디렉터는 밴쿠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예술에 매료됐다. “극장을 가거나 갤러리를 찾을 때마다 예술가들이 어떻게 무대를 만들어내는지 늘 경이로웠습니다. 직접 무대에 서는 것보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제게 더 큰 의미로 다가왔죠.”
그녀는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Loyola Marymount University)과 토론토 요크대학교(York University)에서 연극을 공부한 뒤, 캐나다 어린이극단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토론토의 하버프론트 센터(Harbourfront Centre)와 토론토국제영화제(TIFF)에서 경력을 쌓으며 대형 국제 페스티벌과 극장 운영을 경험했다. 특히 TIFF 벨 라이트박스(TIFF Bell Lightbox)의 건립과 운영을 이끈 경험은 그녀의 경력을 대표하는 성과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연극 전공, 남편은 영화 전공이었는데 제가 영화제에서 일하게 되고, 남편은 라이브 음악을 하게 됐죠. 결국 서로의 세계를 공유하며 함께 성장했습니다.”
밴쿠버로 돌아온 ‘고향의 무대’
그녀는 미시사가(Mississauga) 리빙아츠센터(Living Arts Centre) CEO를 거쳐, 밴쿠버로 돌아와 시립극장을 이끌게 됐다. “제가 처음 뮤지컬을 봤던 도시로 돌아와 그 극장들을 운영한다는 것이 참 특별합니다. 오르페움(Orpheum)과 퀸엘리자베스 극장(Queen Elizabeth Theatre)은 캐나다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연장이죠. 플레이하우스와 애넥스까지, 다양한 공간을 아우르며 예술가와 관객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보람입니다.”
그녀는 디렉터로서 건물 관리부터 공연 기획, 관객 경험까지 전방위적인 업무를 책임진다. “가끔은 건축이나 엔지니어링, 심지어 식음료까지 공부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이 모든 요소가 모여 관객이 극장에 들어와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게 제 역할입니다.”
예술은 도시의 심장과 영혼
루 디렉터는 예술이 가진 힘을 이렇게 정의했다. “도시가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이 없다면 그 도시는 영혼이 없는 곳일 겁니다. 사람들은 일하고, 다시 일상을 반복하지만,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고, 예술을 경험할 때 비로소 삶의 의미를 다시 느끼게 되죠.”
그녀는 예술을 단순한 공연이나 작품 이상의 것, 사람과 사람을 잇는 언어 없는 소통으로 본다. “음악과 무용은 언어가 없어도 통합니다. 단 몇 시간의 공연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어요. 예술은 우리를 일상 너머로 이끌어주는 힘입니다.”
퀸 엘리자베스 극장 안 Natalie Lu [사진=엄주형 기자]
한국과의 문화 교류
최근 그녀는 캐나다 공연예술협회(CAPACOA) 이사회 활동을 통해 국제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한·캐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과의 교류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공연예술마켓(PAMS)에 참여했는데, 그 경험이 큰 자극이 됐습니다. 한국 예술가들과의 협력은 물론, 캐나다 예술가들이 한국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밴쿠버에서도 한국 문화와의 접점은 점차 늘고 있다. 루 디렉터는 한국 어린이극단 초청을 준비하는 등 앞으로 양국 예술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라 기대한다. 인터뷰 말미, 그녀는 서울을 방문할 계획을 전하며 미소 지었다.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인데, 매번 조금씩 관계가 넓어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한국은 놀라울 정도로 역동적인 예술 에너지를 가진 나라예요.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예술가들이 밴쿠버 무대에 오르고, 또 캐나다 예술가들이 한국을 찾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