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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월드컵과 마음 작용

Los Angeles

2026.07.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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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을 열광케 했던 월드컵도 이제 막을 내렸다. 생각해 보면 AI 시대에 이만큼 원시적인 경기가 또 있을까 싶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월드컵을 맞이했다.  
 
경기가 끝나면 이긴 팀의 선수와 국민들은 세상을 다 얻은 듯이 기뻐하고, 패한 팀은 나라라도 잃은 양 참담해한다. 결승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선전, 32강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월드컵을 보면서 몇 가지 불교적 의미를 생각해본다.
 
먼저 느낀 것은 심판 판정에 대한 태도다. 몸싸움이 많은 경기다 보니, 반칙이 잦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정당한 몸싸움과 반칙의 경계가 애매하지만, 선수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그 기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이 판정을 하면 이의를 제기하거나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짓는 것이 기본이다. 일부러 그러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은 진심으로 억울한 눈치다. 문외한인 일반 관중이야 말해 무엇 하랴.
 
내로남불이나 확증편향은 쉽게 비난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누구도 여기에서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내 편과 상대편에 대한 입장이 다르듯이, 좋아하는 사람의 잘못에는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고, 싫어하는 사람의 작은 실수는 인격으로까지 확대시킨다. 분별과 집착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내 편’과 ‘남의 편’을 나누는 순간부터 우리의 눈은 흐려진다. 편을 나누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이것이 집착과 무지의 원인이 되도록 방치하지는 말자는 말이다.
 
다음에 눈에 들어온 것은 한 골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골을 넣은 선수는 가장 큰 환호를 받지만, 그 골은 결코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처음 공을 빼앗은 수비수, 공격의 길을 연 동료, 마지막 패스를 건넨 선수의 움직임이 모두 모여야 비로소 한 골이 나온다. 화면에는 잘 잡히지 않는 또 다른 선수의 헌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원불교에서는 내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관계와 도움을 모두 은혜로 바라본다. 내가 가진 능력과 지금의 자리는 내 힘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나를 가르친 사람, 기회를 준 사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몫을 다한 사람들의 모든 은혜가 모인 덕분이다. 한 골 뒤에 여러 선수의 움직임이 숨어 있듯, 한 사람의 성공 뒤에도 수많은 도움과 배려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무상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경기 종료 직전에 승자와 패자가 바뀌고, 한순간의 득점으로 무명의 선수가 영웅이 된다. 반대로 세계적인 선수도 한 번의 실수로 비난을 받는다. 어제의 영웅이 오늘의 패자가 되고, 탈락 직전의 팀이 살아나기도 한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을 허무하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변하기 때문에 승리에 영원히 취해 있을 수도 없지만, 패배에 영원히 갇혀 있을 이유도 없다. 지금 어렵다고 가능성이 끝난 것도 아니며, 지금 잘된다고 그것이 계속되는 것도 아니다.  
 
다음 월드컵에서는 승패를 넘어, 편에 따라 달라지는 판단과 성공 뒤의 은혜, 승패에 흔들리는 마음도 함께 살펴보는 건 어떨까. 재미가 배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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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철 교무 / Won Meditation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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