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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5주간의 축제, 2026 월드컵이 남긴 것

Los Angeles

2026.07.2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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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 희망과 평화재단 이사장·

김동수 / 희망과 평화재단 이사장·

지난 5주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지구촌 최대의 축제, 2026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시차 문제가 없어,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을 방문했던 이후 가장 많은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48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의 여운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여전히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이번  월드컵은 유독 기억에 남는 명승부가 많았다. 이집트는 전 대회 챔피언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2대0까지 리드하며 기죽지 않는 저력을 보여주었고, 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는 32강에 진출해 화제가 됐다.  
 
특히 나에게 최고의 명승부는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준결승전이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이라는 역사적·정치적 배경을 공유한 두 나라의 대결은 마치 ‘한일전’을 방불케 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치러졌다. 패색이 짙던 아르헨티나를 구한 것은 서른아홉살의 노장 리오넬 메시였다. 메시는 단 7분 만에 결정적인 도움 2개로 믿기 힘든 드라마를 완성했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자가 승리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극적으로 증명된 순간이었다.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 축구 또한 큰 교훈을 줬다. 스페인의 데 라 푸엔테 감독은 우승으 원동력으로 ‘원팀(One Team)’을 꼽았다. 스페인은  메시라는 세계 최고의 공간 해석자를 막기 위해 철저한 전술과 조직력으로 맞섰다. 스페인은 메시에게 향하는 패스 통로를 원천 차단했고, 공을 잡더라도 돌아서지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메시가 중원까지 내려와 직접 공을 운반하게 함으로써 가장 위협적인 공간에서 그를 밀어냈다. 공을 빼앗기는 순간 전원이 압박하고 골키퍼까지 후방 빌드업과 공간 커버에 참여하는 ‘티키타카 2.0’은 어떻게 조직력으로 승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아쉽게도 32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예선 탈락 직후 날 선 비판이 쏟아졌고, 정치권에서도 축구계의 투명한 운영을 강하게 요구했다.
 
물론 감독의 전술 부재나 협회의 행정 실책, 무기력한 경기력에 대한 냉정하고 뼈아픈 비판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은 실패를 대하는 성숙한 품격이다.
 
 인구 52만 명의 카보베르데는 비록 32강전에서 패했지만 값진 기적을 일궈낸 대표팀을 위해 온 나라가 푸른 물결의 카니발을 열고 축제를 즐겼다. 노르웨이는 28년 만에 본선에 진출해 8강까지 오른 선수들을 영웅 대접했다. 일본은 32강에서 탈락했으나 팬들은 비난 대신 뜨거운 격려를 보냈고, 감독은 ‘세계 1위’를 향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미래를 기약했다.
 
지난 2016년, 리오넬 메시가 많은 비난 속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을 때 그를 돌려세운 것은 한 시골 초등학교 여교사(요아나 푹스)의 편지였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이기는 것만이 유일한 가치라는 선례를 남기지 말아달라. 진정한 영웅은 패했을 때 포기하지 않는다”며 눈앞의 결과보다 노력의 가치를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격려가 있었기에 메시는 복귀했고 지난 대회 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 준우승이라는 위대한 서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지구촌이 월드컵에 열광하는 비밀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선수들이 ‘공평한 룰과 원칙’에 따라 조국의 명예를 위해 땀방울을 흘리기 때문이다. 축구 선수들은 말이 없다. 그들은 승리를 위해 강인한 체력을 담보로 땀을 흘리며 묵묵히 방어하고 전진한다. 이 정직하고 투명한 노력이  세계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다.
 
경기가 끝나면 패자를 향한 질책보다 그들이 흘린 땀방울의 가치를 먼저 인정하고 품어줄 수 있는 성숙한 신뢰가 필요하다. 실패 속에서도 서로를 비난하기보다 저력을 확인하고 지혜롭게 미래를 준비하는 문화가 정착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도 일류 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
 
그라운드를 수놓았던 선수들의 순수한 열정과 땀방울이 축구장 안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 사회와 교회, 그리고 국가 전반으로 확산하기를 소망한다. 월드컵이 보여준 공평한 원칙과 서로를 향한 격려가 바탕이 된다면, 지구촌은 반목과 전쟁이 아닌 번영과 행복이 넘쳐나는 따뜻한 세상이 되리라 믿는다.

김동수 희망과 평화 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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