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마친 지난 8일 구형 에어포스원을 타고 영국 서퍽에 위치한 밀든홀 미군 공군기지에 내리고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신형 에어포스원으로 갈아타고 워싱턴으로 돌아갔다. AP=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보안 문제를 보도한 뉴욕타임스(NYT) 기사의 출처를 찾기 위해 기자 가족의 통화기록을 요구했다. 해당 보도가 국가 기밀 유출이라 여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기자에 이어 기자 가족 조사까지 나선 것이다.
20일(현지시간) NYT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NYT 기자 3명이 쓰는 통신사에 통화 기록 제출을 요구하는 추가 대배심 소환장을 발부했다. 대배심 소환장은 연방 검찰이 형사 수사 과정에서 증언이나 자료 제출을 강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절차다.
소환장에는 기자 외에도 기자 1명의 어머니와 다른 기자 2명의 배우자 통화 기록도 포함됐다. 이 중 기자의 어머니는 환자와의 비밀유지 의무가 있는 정신건강 전문가이며, 배우자 중 1명은 대형 로펌의 법무 책임자라고 NYT는 전했다.
이번 수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 정부로부터 받은 새 에어포스원의 보안 문제를 다룬 NYT 보도와 관련해 기밀 유출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마친 뒤 새 에어포스원이 아닌 기존 구형 에어포스원을 타고 회의장을 떠났고, 이후 영국에서 새 에어포스원으로 갈아타 귀국했다.
이를 두고 NYT는 8일 새 에어포스원에 첨단 미사일 방어 체계 등 핵심 방어 장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보안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보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기사와 관련한 기밀 유출자 색출을 지시했다. 이를 위해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캐시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백악관에 임시 지휘본부인‘워룸’까지 설치해 연방 공무원과 기자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BI가 NYT 기자에 대배심 출석 요구 소환장을 전달한 데 이어, 최근 가족 통화기록을 요구하는 추가 소환장을 발부한 것이다.
NYT는 “일부 소환장은 문제가 된 기사보다 이전인 올해 1월 1일부터의 통화 기록까지 요구했다”며 “기밀 유출 수사를 넘어 기자들의 전반적인 취재원 정보를 파악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AP통신도 “기자들의 비밀 취재원을 밝혀내기 위한 이례적이고 공격적인 시도”라고 지적했다. NYT는 대배심 소환장과 추가 소환장을 모두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는 동안 백악관 프레스룸에 일부 방송사들의 화면이 생중계를 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론을 향한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1일엔 자신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한 NYT 기자 매기 하버먼을 향해 “망해가는 NYT를 상대로 한 우리의 수십억 달러짜리 소송이 법정에 가게 된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16일엔 자신의 대국민 연설을 방송하지 않은 CNN·ABC·NBC 방송 등을 겨냥해 “수십억 달러 가치의 공공 전파를 공짜로 사용하면서도 정직하게 보도하지 않는다”며 “방송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ABC 소유 8개 지역 방송국의 면허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조기 면허 심사에 들어갔다. FCC는 이르면 다음 달 이들 방송국의 면허 취소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BC의 낮 시간대 토크쇼 ‘더뷰’도 조사하고 있다. 더뷰가 지상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적용되는 규정을 어겼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정치 후보자들에는 동등한 출연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더뷰는 2002년부터 이 규정에서 제외되는 뉴스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FCC는 지난 2월 낮과 심야 TV 토크쇼가 진정한 뉴스 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더뷰의 규정 위반을 조사하고 있다.
ABC방송은 지난 7일 FCC에 보낸 문서에서 “FCC가 현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보는 낮 시간대, 심야 시간대 TV 프로그램에만 주의를 집중하고 있다”며“수정헌법 제1조는 정부가 편집자의 자리에 앉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FCC가 그 자리에 앉겠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