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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미국의 청구서…시험대 오른 한국

Los Angeles

2026.07.2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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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표현방식이 거칠어졌을 뿐
동맹국 부담 확대는 오래된 외교기조
주류 언론 등은 줄곧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동맹국에 대한 압박이 거세졌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최근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나온 진단은 달랐다. 동맹국에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하는 ‘미국 우선주의’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독단이 아니라, 수십 년간 세계 경찰 역할을 맡아 온 미국 사회의 피로가 한계에 이른 결과라는 게 포럼 참가자들의 중론이었다.
 
포럼에 나선 민주·공화 양당의 주요 인사들은 오히려 한목소리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마크 에스퍼 전 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국방비를 늘리라고 요구하는 흐름이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젠하워 행정부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줄곧 유럽과 다른 동맹국에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해 왔다”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2014년 GDP의 2% 이상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과 방식은 이전 정부보다 거칠지만, 동맹국에 이른바 ‘청구서’를 내미는 방향 자체는 이미 미국 외교정책의 오랜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국내 사정은 이러한 변화를 재촉해왔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페니 프리츠커 전 장관은 “연봉이 10만 달러여도 생활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국내 경제의 불안이 대외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권자들이 물가와 주거비, 학자금 대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계속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는 갈수록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는 한국이 한반도 안보를 우선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로도 해석된다. 미국이 한국에 북한 위협에 대한 1차 대응을 요구하는 것 역시 단순한 압박이나 경고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은 실제로 자신이 오랫동안 짊어져 온 부담을 동맹국에 넘길 준비를 해왔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중국에 대한 언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 역시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동맹이라기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뒷받침할 전략적 파트너로 주로 거론됐다. 한반도 문제가 미국의 외교·안보 의제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북한 대응의 우선적 책임을 한국에 맡기고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기조가 뚜렷해진 것이다.  
 
이 역시 한국이 한반도와 역내 안보를 위해 지금보다 더 큰 역할과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결국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는 갑자기 나타난 변칙이 아니라 미국 사회에 누적된 피로의 귀결이다. 그만큼 한국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안보와 외교의 무게도 커지고 있다. 변화한 미국을 전제로 동맹의 역할과 비용을 다시 계산해야 할 시점이다.

김경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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