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접견하는 모습. 타스통신, 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가 ‘전략대화’라는 명칭의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토의된 모든 문제들에서 견해일치를 이룩”했다고 밝혔다. 북한군 러시아 파병을 고리로 북·러 간 전방위 밀착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21일 방러 중인 최선희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간의 ‘제3차 전략대화’가 전날 모스크바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최선희는 라브로프의 초청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만에 러시아를 공식 방문했다.
신문이 공개한 ‘제3차 전략대화에 관한 공보문’에 따르면 양국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 신조약)의 이행정형과 양국 사이의 고위급 왕래 및 다방면적인 협력계획, 두 나라의 관심사로 되는 주요 국제 현안들과 관련한 외교적 조정에 중심을 두고 건설적이며 유익한 전략적 의사소통”을 진행했다. 또 “쌍방은 최고위급에서의 전략적 인도 밑에 정세 변화에 구애됨이 없이 양국관계의 백년대계를 위한 다방면적인 강화 발전을 가속화해 나갈 확고부동한 정치적 의지를 재확언”했다고도 밝혔다.
북·러 외교수장 간 전략대화를 통해 북·러 신조약 이행과 다방면에서의 교류·대화 확대와 관련한 문제를 협의한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러 전략대화에 제3차라는 차수를 명시한 건 정례화 및 제도화 의미를 내포한 것”이라며 “북한이 최근 중·러와 관계 강화를 통해 전략적 지위 상승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상이 북한 원산에서 2차 전략대화를 진행한 뒤 악수를 나누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도 “2024년 북·러 (신)조약 체결 이후 양국 간 고위급 소통을 제도화하면서 조약 이행과 다방면의 협력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러시아 측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현 지위와 발전권을 엄중히 위협하는 일체의 적대행위들을 반대하며 나라의 주권적 권리와 안전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모든 노력과 조치들에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이에 북한 측은 “우크라이나 분쟁의 근원을 제거하고 제국주의 패권책동으로부터 국가주권과 영토완정,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려는 러시아의 모든 대내외정책들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성원”을 표명했다.
양국은 또 “주권평등과 내정불간섭을 핵으로 하는 유엔헌장과 기타 국제법들의 목적과 원칙을 수호하고 지역적 세계적 안보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며 상급(장관급) 전략대화를 비롯해 양국 간 대외정책기관들의 의견교환을 각급에서 계속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외교적으로 고립된 러시아에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며 북한군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아내려는 북한의 노림수라는 점에 주목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대러 군사 지원을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정당한 행동’으로 포장하는 모습”이라며 “북·러가 바라보는 가장 큰 ‘안보도전’은 한·미·일 안보협력인 만큼 군사분야에서 한층 더 과감한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짚었다.
북·러 양국은 2024년 6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북·러 신조약을 체결한 이후 같은해 11월 모스크바에서, 지난해 7월 북한 원산에서 각각 1차·2차 전략대화를 통해 전략적 소통 및 군사적 밀착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임진강 필승교 수위가 하천 행락객 대피 수위인 1m를 넘어선 지난 15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군남홍수조절댐에서 강물이 방류되고 있다. 연합뉴스
◇北, 사전 통보 없이 황강댐 수문 열어…“책임있는 협력 필요”
한편, 통일부는 이날 북한이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을 사전 통보 없이 무단으로 방류한 것에 대해 “자연재해에 대한 공동 대응은 인도주의적 사안이라는 점에서 남북 상호 간 책임있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측의 황강댐 방류 시 사전 통보는 남북 간 여러 차례 합의한 사항”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부는 접경지역 주민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 간 긴밀하게 협조하며 관련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0일 오후 위성 영상 분석 결과를 토대로 북한이 황강댐을 무단 방류한 것으로 판단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재 남북 통신선 단절 등 현실적 제약 여건을 감안해서 관계기관 간 협조를 통해 위성 등 과학기술을 활용해 관련 동향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은 2023년 4월부터 남북 간 우발적인 충돌을 막는 안전핀 역할을 해오던 통신연락선 정기통화에 일방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언론매체를 통한 발표나 판문점 남북공동경비구역(JSA) 확성기 등을 활용해 북측에 긴급한 사안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