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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지능’이 최상위 AI 꺾었다…알파고 쇼크 10년 만의 설욕

중앙일보

2026.07.20 21:58 2026.07.21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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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9단이 21일 열린 바둑 인공지능 ‘카타고’의 2점 접바둑 3국 최종국에서 완승했다. 뉴스1

신진서 9단이 21일 열린 바둑 인공지능 ‘카타고’의 2점 접바둑 3국 최종국에서 완승했다. 뉴스1

자동차가 인간보다 빠르다. 모든 인간이 안다. 인간이 더 빠르게 이동하려고 발명한 기계가 자동차다. 그런데 그 자동차와 달리기 시합에 나선 인간이 있다. 무모한 모험가인가 아니면 철부지 바보인가. 문명의 시대, 자동차와 인간의 경주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인류 최강 바둑기사 신진서(26) 9단과 최고 성능 바둑 AI ‘카타고(KataGo)’와의 2점 접바둑 3번기 승부가 끝났다. 21일 열린 최종국에서 신진서는 카타고에게 221수 만에 흑 11집반을 이겨 종합 전적 2승1패로 인공지능과의 3번기를 마무리했다.

최종국은 신진서의 완승이었다. 신진서는 초반부터 두텁게 판을 짜 카타고의 공격을 사전에 봉쇄했다. 카타고의 도발이 이어졌으나 신진서는 참고 또 참았다. 한발 물러서는 대신에 변수를 줄여 2점 접바둑의 우위를 끝까지 지켜냈다. 위기라고 할 만한 순간도 없었다. 99% 흑에게 유리하게 설정된 승률이 단 한번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전성기의 이창호 9단이 연상될 정도로 냉정하고 침착한 국면 운영이었다.

신진서는 국후 인터뷰에서 “대국 전에는 굉장히 불리한 도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유리한 조건을 걸었지만, 이번 대국을 통해 인간이 인공지능을 상대로 어느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1일 열린 신진서 9단과 바둑 인공지능 ‘카타고’와의 대국 장면. 카타고 대신에 김단비 초단이 바둑판 앞에 앉았다. 뉴스1

21일 열린 신진서 9단과 바둑 인공지능 ‘카타고’와의 대국 장면. 카타고 대신에 김단비 초단이 바둑판 앞에 앉았다. 뉴스1


신진서 대 카타고의 대결은 이세돌 대 알파고의 5번기, 즉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이벤트 대국이다.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이란 이름으로 한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했다. 신진서는 이번 3번기로 모두 2억5000만원과 제네시스90 승용차를 받았다.

10년 전 인간은 인공지능의 실력을 모르는 상태에서, 솔직히 은근히 얕보는 심리로 인공지능을 상대했다. 지금은 아니다. 세상이 뒤집혔다. 인간이 자동차와 경주하지 않듯이, 인간은 더이상 인공지능과 맞서지 않는다. 현재 인공지능은 압도적인 상수(上手)다. 인간이 인공지능의 바둑을 외우고 따라 한다. 인공지능과 가장 근접한 바둑을 두는 인간이 인간계를 호령하는 세상이다.

홍민표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에 따르면, 현재 세계 초일류 기사가 인공지능과 대국하면 큰 실수가 없어도 한 수에 0.3집씩 격차가 발생한다. 10수만 진행해도 3집 차이가 나고 100수를 두면 30집이 벌어진다. 신진서만 유일하게 0.2집 차이를 보인다. 신진서 자타 공인 세계 최강이자 ‘신공지능’이라 불리는 까닭이다.

더욱이 신진서가 상대한 카타고는 최상위 등급의 바둑 인공지능이다. 20초 안에 2만6000개의 경우의 수를 연산한다. 10년 전 이세돌이 상대한 ‘알파고 리’와 비교하면 “1만 번 두면 1만 번 다 카타고가 이길 것(박정상 9단)”이라고 할 정도로 진화한 모델이다. 하여 신진서가 선택한 두 점 접바둑과 제한시간 5시간의 규칙은 혜택이 아니다. 신진서도 이번 대국이 결정되기 전에는 카타고에 2점 접바둑으로 이긴 적이 없다고 밝혔다.

10년 전 알파고의 등장 이후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당하기만 했다. 인공지능이 진화할수록 인간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그러나 그 격차가 전혀 극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걸, 인공지능이 진화한 만큼 인간도 발전했다는 걸 신진서가 이번에 증명해냈다. 인간 대 인공지능의 대결이 또 다시 성사된다면, 그때는 인간에게 덜 유리한 조건이 적용될 것이다. 자동차가 빨리 달린다지만 인간이 멈춰 선 것은 아니다.





손민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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