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귀여운 흑임자 떡은 누구야” “당장 굿즈 내주세요”
까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작은 입으로 사람의 손가락을 물어 ‘양기’를 빨아들인다. 아기처럼 둥글고 큰 머리와 작은 몸으로 궁을 돌아다니는,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 속 귀매(도깨비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 ‘꺼먹살이’가 인기다. 해외 SNS에는 “꺼먹살이 너무 귀엽다(ggeomeoksali, so cute)” 등의 관련 게시물이 공유되고, 국내에선 ‘흑임자 떡’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넷플릭스가 유튜브에 공개한 꺼먹살이의 서울 여행 영상에는 “당장 굿즈를 내달라” 등의 응원 댓글이 900여개 달렸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에서 주인공 구천(남주혁)을 돕는 귀매 '꺼먹살이'. 특수시각효과(VFX)의 일종인 컴퓨터 그래픽(CG)로 탄생했다. [사진 넷플릭스]
꺼먹살이는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 2부에 처음 등장한다. 시리즈는 ‘귀의 세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갖춘 구천(남주혁)과 궁녀로 위장한 옹주 생강(노윤서)이 왕(조승우)의 명령으로 궁에 깃든 저주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액션·오컬트·판타지 장르가 혼합됐다. ‘귀의 세계’란 작품 속에서 귀신과 원귀(원한을 품은 귀신)·악귀(죄를 짓는 악한 귀신), 귀매들이 활동하는 현실의 평행 세계다. 살벌한 궁의 암투와 원귀들이 시종일관 극의 긴장을 끌어 올릴 때, 꺼먹살이가 구천을 따라다니며 떡과 곶감을 탐하는 모습은 극의 무거운 기운을 완화한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국내 시청 순위 1위에 오른 ‘동궁’은, 플릭스패트롤의 넷플릭스 쇼 부문 순위 차트에선 글로벌 4위에 올랐다. 타임지는 “한국 무속 설화에서 영감을 받아 창조한 풍부한 세계관은 이 드라마의 가장 강력한 요소”라고 소개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동궁’의 최정규 감독은 “꺼먹살이가 디자인이 크리처 중 가장 어려웠고 촬영 직전까지 수정을 거듭했다”고 전했다. “다른 귀매는 주인공과 대립하거나 수상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꺼먹살이는 주인공과 감정 교류를 해야 한다. 작가·미술팀 등 많은 사람이 달라붙어 동물형부터 여러 참고 자료를 놓고 디자인했다”고 했다. 디자인에 전통적인 요소를 넣기 위해 검은 흙과 돌의 질감을 채택했다고 한다.
크리처는 판타지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시간과 예산이 가장 많이 드는 작업으로 꼽힌다. 꺼먹살이를 컴퓨터 그래픽(CG)으로 구현한 제갈승 덱스터 스튜디오 이사는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려운데, 이를 위해 (그래픽에서) 피부뿐 아니라 뼈와 근육 조직도 해부학적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아직 인공지능(AI) 기술은 크리처를 구현하기에는 부자연스러워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정도로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에서 주인공 구천(남주혁)을 돕는 귀매 '꺼먹살이'. 특수시각효과(VFX)의 일종인 컴퓨터 그래픽(CG)로 탄생했다. [사진 넷플릭스]
해부학을 크리처 CG에 적용하는 ‘디지털 해부학 시뮬레이션’은 헐리우드에서 시작됐다. 상대적으로 콘텐트 예산 규모가 적은 국내에선 제한적으로 쓰인다. 제갈 이사는 “저희가 ‘미스터고’(2013)라는 작품에서 처음으로 동물(고릴라)을 만들었을 때만 해도 근육 움직임을 적용하는 기술이 완벽하지는 않았다”며 “해부학적인 시스템을 도입한 뒤부터 기술 수준이 상당히 진일보했고, 여기에 시간과 노력을 줄이는 시스템 고도화 작업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전히 기술보다 실제 촬영이 중요하다고 한다. 제갈 이사는 “화재 장면을 찍기 위해 현장에서 실제 불을 일부 피웠는데, 이런 원본이 있어야 그래픽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했다. 최 감독도 “현실 세계와 귀의 세계 세트를 따로 만들어 촬영했다. 극의 전체적인 색감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귀의 세계와 연못 신은 겨울에, 현실 세계는 봄과 가을에 촬영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