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패권 경쟁 속 양쪽 접근 한계 중국 경제 보복 부담, 미국도 분담해야 한미 군사관계 중국보다 후순위면 비극
지난 16일 본지와 만난 엘라자베스 이코노미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경준 기자
한국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복원하려는 구상은 지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16일 애스펀 안보포럼 현장에서 가진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의 미·중 외교 행보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 외교협회(CFR) 아시아 연구국장을 20년간 역임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상무부 중국 담당 선임고문까지 지낸 미국 내 중국통으로 꼽힌다.
그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가 무엇을 포함하느냐가 중요하지만, 수출 통제를 완화하거나 투자 제한을 줄이는 방식으로 중국과 밀접해지면 한국이 미국과 중국 양쪽에 동시에 가까워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전면 복원하고 경제·산업 등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코노미 연구원은 일반 소비재와 비민감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이 관계를 확대하더라도 기존 한미동맹이 흔들릴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다만 “첨단 반도체와 제조장비 등 민감한 분야에서 선을 넘기 시작하면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첨단기술과 안보 분야에서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은 특히 미국과의 동맹을 우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오랫동안 미국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동맹국이었다”며 “한국이 미국과의 군사 관계를 중국과의 관계보다 부차적인 것으로 판단한다면 비극적인 일이자 한국에도 비극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북한·러시아·이란 간 연대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을 포함한 민주주의 국가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인도·태평양 역내 안보에서도 한국의 역할이 축소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 연구원은 “한국은 대만 주변에서 발생하는 사태가 자국에도 우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바이든 행정부 시기 한미일 안보 협력에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협력에서 한국의 역할이 줄어든다면 트럼프 대통령 이후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미국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떠안게 될 부담은 미국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 연구원은 2016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이어진 중국의 경제·관광 보복을 언급하며 “미국이 특정 국가가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받게 된 데 직접적인 책임이 있거나 적어도 책임의 절반을 공유한다면 미국도 그 부담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북·중 관계 속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국가는 맞지만, 그것이 김정은을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며 “북한은 압박을 받을수록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에 나설 가능성이 오히려 커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북·러 밀착에 대해서도 중국이 반기는 상황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코노미 연구원은 “러시아가 북한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위치에 있는 것은 괜찮지만, 중국을 추월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러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북한이 어느 편을 선택하느냐가 중국에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선임연구원은
현재 후버연구소에서 중국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지난 2021~2023년까지 상무부 중국담당 선임고문을 지냈다. 앞서 외교협회(CFR) 아시아 연구국장을 20년간 역임했다. 중국 관련 서적도 여러 권 집필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월 '중국에 따르는 세계(The World According to China)'를 출간했으며, 한국어 번역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