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 도쿄 국회에서 열린 중·참 양원 국가기본정책위원회 합동심사회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내각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X(옛 트위터)에 “하루 수면 시간이 최대 3시간에 불과하다”며 자신의 ‘격무’를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공휴일(‘바다의날’)이었던 20일 오후 10시 30분쯤 엑스에 “오늘은 오랜만에 무려 5시간이나 잠을 잤다”라고 썼다.
그는 “총리 취임 이후 0∼3시간 수면이 일상화됐다”며 “이번 주말에도 각의 결정을 앞둔 3개 문서의 최종안을 다시 꼼꼼히 읽고, 수천 통이나 밀린 이메일을 처리하느라 오늘 월요일 새벽까지 업무에 쫓겼다”고 전했다.
이어 “평일에는 총리 공관으로 돌아온 뒤 욕실 청소, 목욕, 저녁 식사, 식사 후 설거지, 세탁, 간단한 청소까지 하고 나면 개인 시간은 그것으로 빠듯하다. 이후 심야부터 새벽까지는 총리 관저에서 가져온 자료와 국회 답변 자료를 읽느라 쫓긴다”고 자신의 일상을 공개했다.
‘5시간 수면’을 확보했던 20일은 조금 달랐다. 그는 “오후부터는 손도 대지 못했던 대량의 세탁물 가운데 손수건과 이너웨어를 다림질하고, 바느질도 한꺼번에 처리했다. 치마 밑단의 풀린 부분을 감침질하고 재킷의 느슨해진 단추도 보강했다”고 상세히 소개했다.
덧붙여 “저는 특히 다림질을 잘하지 못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꾸 뒤로 미루다 보니 정장에 맞춰 입을 이너웨어가 거의 없는 상태였는데 이제 이번 회기 말까지 쓸 손수건과 이너웨어를 확보했으니, 내일부터 다시 힘낼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0일 X(옛 트위터)에 ″하루 수면 시간이 0~3시간 정도″라고 밝혔다. 사진 X 캡쳐
이에 X에서는 “필사적으로 일하고 있다”, “건강이 걱정된다”는 응원과 함께 “동정표를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다카이치 총리가 수면 부족 문제를 언급한 건 처음이 아니다. 취임 직후인 지난해 11월 13일 국회에서도 “수면 시간은 대체로 2시간, 길어도 4시간”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달 2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도 “금요일 밤부터 오늘(월요일) 아침까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엔 야당의 의혹 추궁과 관련해 직접 답변하기 어렵다며 비서가 작성한 진술서로 대체해달라는 요청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거듭된 수면 부족 호소에 야당에서조차 다카이치 총리의 건강과 업무 배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국민민주당 대표는 21일 기자회견에서 “최고 책임자만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도록 업무를 배분하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라며 가사를 외부에 맡기는 방안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좀 더 쉬고 맑은 정신으로 중요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주변이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다.
마이니치신문이 18∼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전달보다 10%포인트 떨어진 41%로, 지난해 10월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는 44%로 처음 지지율을 웃돌아 처음으로 ‘데드크로스’를 맞기도 했다. 다른 조사에서도 5∼10%포인트 하락이 잇따르면서 정권 내부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조사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 추이.
자민당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지지율이 상당한 폭으로 하락한 것은 알고 있다”고 말한 뒤, 하락 원인에 대해서는 “당 홍보본부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 지표에서도 총리에게 불리한 소식이 이어졌다. 22일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1986년 12월 이후 39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63엔대를 넘어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가 전날 발표한 ‘경제 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호네부토 방침)’도 엔화 약세를 억제할 만한 요인으로 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