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 골프 영원하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붙은 LIV 대회장. 올 시즌 마지막 대회인 팀 대항전이 열릴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성호준 기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DP월드투어가 아시안투어와 2029년까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아시아 선수들의 메이저 무대 진출 경로를 넓히는 글로벌 동맹의 회복을 표방하지만, 속내는 LIV 골프의 마지막 생존 호흡기를 떼어내는 ‘확인 사살’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LIV 골프는 3억 달러(약 4500억 원)를 지원하면서 ‘인터내셔널 시리즈’를 만들어 아시안투어를 사실상 자신들의 하부 투어로 썼다. LIV 선수들이 세계랭킹 포인트를 획득할 길을 열어주는 동시에, 선수 수급 파이프라인도 맡겼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지원 중단으로 재정난에 봉착한 LIV 골프는 내년부터 마스터스·디 오픈 출전권이 걸린 주요 내셔널 오픈들과 손잡고 생존을 모색하고 있었다.
실제로 마스터스와 R&A는 올해부터 호주·스코틀랜드·남아공·스페인·일본·홍콩 오픈 등 6개 내셔널 오픈 우승자에게 마스터스·디 오픈 출전권을 주는 규정을 도입했는데, LIV 소속 톰 매키빈이 2025년 홍콩 오픈(인터내셔널 시리즈 대회) 우승으로 이 경로를 통해 첫 오거스타 출전권을 따내며 효과를 톡톡히 봤다.
LIV는 이 흐름을 더 키우려 했다. 호주 오픈을 LIV 애들레이드 대회 앞뒤 주로 옮기는 방안까지 논의했다. 그러나 PGA 투어가 먼저 움직여 호주 오픈은 DP월드투어와의 공동 주관 계약을 2029년까지 3년 연장하고 상금도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이번 아시안투어와의 동맹에서도 홍콩 오픈을 콕 집어 “지역 내 내셔널 오픈들을 강화하겠다”는 PGA 투어 성명과 함께 발표됐다. LIV가 매키빈 사례로 재미를 봤던 바로 그 경로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LIV는 사면초가다. 브룩스 켑카 등 일부 스타들이 PGA 투어로 복귀한 데다 재정적·사법적 악재도 잇따르고 있다. 캐나다의 중계 기술 업체 모비 시스템즈는 약 100만 달러(약 14억 원)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며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LIV 골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LIV 골프의 최고 스타 브라이슨 디섐보는 소셜미디어 기반의 별도 골프 리그 조성을 위해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지난 20일 끝난 디 오픈에서 벌타를 받자 경기위원과 말다툼을 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르겠다”고 하고, 최종라운드 보이콧 위협 등으로 이미지도 나빠졌다. 두 번째 빅스타인 람은 2027년에도 LIV에서 뛸 것이냐는 질문에 확답을 피했다.
사우디 PIF가 지금까지 6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끝에 지난 4월 지원 중단을 선언한 이후, LIV 골프는 외부 투자 유치에 목을 매고 있다. 그러나 LIV 골프가 붙잡으려던 구명정이 연달아 눈앞에서 빠져나갔다. PGA 투어가 LIV의 관 뚜껑에 못을 박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