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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판 ‘흑백요리사’ 열렸다…인삼·표고버섯 디저트 ‘깜짝’ [르포]

중앙일보

2026.07.22 13:00 2026.07.2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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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충북 증평군 충북비즈니스고에서 열린 '증평 농산물 레시피 챌린지' 발표회에서 3학년 이영서양이 표고버섯 베이글 요리법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지난 20일 충북 증평군 충북비즈니스고에서 열린 '증평 농산물 레시피 챌린지' 발표회에서 3학년 이영서양이 표고버섯 베이글 요리법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충북비즈니스고, 지역농산물 활용 요리법 경연

지난 20일 오전 충북 증평군에 있는 충북비즈니스 고등학교. 이 학교 세미나실에서 열린 ‘레시피 챌린지(요리법 경연)’를 앞두고 학생 10여 명이 긴장한 모습으로 발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개발한 디저트를 용기에 담거나, 사진 자료 등을 꼼꼼히 챙기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행사는 증평군기업인협회가 장학금 200만원을 기탁하며 학교 측에 제안한 대회다.

증평 농특산물을 활용해 학생 스스로 요리법을 개발하고, 향후 시제품 생산·판매까지 돕기 위해 마련됐다. 1등은 100만원, 2등 70만원, 3등은 30만원을 장학금으로 받는다. 조리과·유통마케팅과·미디어콘텐츠과 등 상업계열 5개 학과를 갖춘 비즈니스고는 매년 9~10월께 ‘학교장상’을 놓고 창업 경진대회를 해왔다. 외부 심사위원을 초빙해 요리법 경연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승자 비즈니스고 교장은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자리인 데다 상금이 걸려있어서, 학생들이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상은 교사는 “아이들이 3주간 머리를 쥐어짜며 요리법을 개발했다”며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시장·소비자 조사와 제품 기획·개발까지 수행했다”고 했다.
지난 20일 충북 증평군 충북비즈니스고에서 학생들이 요리법을 개발해 발표하는 '증평 농산물 레시피 챌린지'에서 심사위원들이 음식을 평가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지난 20일 충북 증평군 충북비즈니스고에서 학생들이 요리법을 개발해 발표하는 '증평 농산물 레시피 챌린지'에서 심사위원들이 음식을 평가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인삼체리파이·표고 베이글 아이디어 수두룩

1·2·3학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참가신청서를 받아 25명이 제품 개발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 중 14명이 본선에 올라 이날 발표회에서 심사를 받았다. 학생들은 증평의 대표 농산물인 인삼과 홍삼, 표고버섯, 부추, 장뜰쌀 등을 활용한 디저트와 샐러드, 떡갈비 등을 선보였다. 참가자 몇몇은 완성품을 발표회장에 가져와 심사위원이 맛볼 수 있게 했다.

발표자가 한 명씩 나와 7~8분가량 메뉴 개발 이유와 재료 선택, 조리법을 설명했다. 3학년 이영서(18)양은 표고버섯을 주재료로 한 ‘증평 표고버섯 베이글’을 소개했다. 이양은 “건강에 좋은 표고버섯을 베이글 재료로 활용하면 10~30대, 어르신들의 든든한 한 끼가 될 거라 생각했다”며 “표고버섯과 양파·베이컨 등이 들어간 버섯 크림으로 베이글을 만들고, 남은 속 재료를 활용해 버섯 풍미가 강한 베이글 스프레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양은 챗GPT로 만든 표고버섯 캐릭터 ‘표동이’ 라벨도 보여줬다.
지난 20일 충북 증평군 충북비즈니스고에서 열린 '증평 농산물 레시피 챌린지' 경연에서 2학년 이예진양이 평담샌드를 소개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지난 20일 충북 증평군 충북비즈니스고에서 열린 '증평 농산물 레시피 챌린지' 경연에서 2학년 이예진양이 평담샌드를 소개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학생 제안 메뉴 제품화·판매…“수익은 다시 장학금으로”

행사는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인 ‘흑백요리사’를 보는 듯했다. 인삼 가루와 좌구산 체리를 넣은 ‘삼베리 파이’, 단호박에 연유·생크림을 더한 ‘달호박 타르트’, 부추 크림치즈와 인삼꿀·크래커 조합의 ‘평담샌드’, 밥·인삼·치즈를 섞어 튀긴 ‘황금 인삼 누룽지 치즈볼’, 다이어트족을 위한 ‘인삼 라페’, 사과인삼청을 넣은 ‘사과인삼크림브륄레’, 누룽지와 인삼 크림소스 조합의 ‘인삼크림누룽지’ 등 각자 개성을 살린 메뉴 소개가 이어졌다.

전문가 못지않은 요리법 완성 과정도 눈에 띄었다. “인삼의 쓴맛을 사과로 중화한 뒤 향의 균형을 조절해 나갔다”(2학년 이유진), “요리 단가를 낮추려고 인삼 대신 수삼을 썼다”(2학년 김범이), “몸을 따뜻하게 하는 부추와 차가운 성질의 돼지고기를 조합한 뒤 고기 비율을 매일 다르게 해 육즙 가득한 떡갈비를 완성했다”(2학년 이정빈), “바삭함을 유지하기 위해 속 재료인 딸기의 물기를 충분히 제거하고, 신맛은 크림치즈와 당도 조절을 통해 잡았다”(1학년 이도윤) 등 저마다의 비법을 소개했다.
지난 20일 충북 증평군 충북비즈니스고에서 열린 '증평 농산물 레시피 챌린지' 발표회에서 백선근 증평기업인협회장(오른쪽)이 경연대회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지난 20일 충북 증평군 충북비즈니스고에서 열린 '증평 농산물 레시피 챌린지' 발표회에서 백선근 증평기업인협회장(오른쪽)이 경연대회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장학금 의미있게 쓰이길” 증평기업인협회 경연 제안

이날 경연 대회는 백선근 증평군기업인협회장 제안으로 마련됐다. 앞서 백 회장은 지난 3월 비즈니스고에 장학금 300만원을 기탁했었다. 백 회장은 “장학금 300만원을 신입생 20명으로 나누면 15만원씩 받는데, 단발성 지원으로 끝나는 장학사업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경연 대회를 열면 학생들이 요리법을 연구하면서 지역을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동기부여와 함께 제품 판매, 창업까지 연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화를 거쳐 수익금이 생기면 장학금으로 다시 기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고는 이번 발표회 심사를 종합해 다음 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증평군기업인협회는 증평 관내 식품업체와 함께 8~9월께 비즈니스고 학생의 창업 인큐베이팅을 돕기로 했다. 심사를 맡은 안기홍 설마푸드 본부장은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 많았다”며 “조리법과 재료를 일부 수정하면 대량 생산 가능한 제안서도 있다”고 말했다.



최종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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