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는 국내 대표적인 물류 중심지다. 예전부터 그랬고 전자상거래가 일상이 된 현재도 내륙의 물류 중심지다. 중서부 최대 도시의 이점을 살려 물류와 유통이 주요 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이다. 그만큼 곳곳에 창고 시설이 많고 이 시설들을 채울 물류를 운송하는 화물 열차와 대형 트럭의 움직임이 활발한 곳이다.
하지만 이런 산업의 발전에는 명암도 분명 존재한다. 바로 환경 오염 문제다. 물류 허브는 다른 제조업이나 중화학 산업과는 달리 직접적인 공해를 배출하지는 않는다. 제조업체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어떤 공장에서는 오염된 하수를 배출하지만 투박한 모양의 창고 건물에서는 이렇다할 오염 물질 배출을 직접 눈으로 관찰하기는 힘들다. 다만 물류 산업의 핵심인 수송 과정에서 대기 오염 물질을 배출할 수밖에 없다.
물류 수송 과정에서는 일반 차량이 아닌 대형 디젤 트럭이 필수다. 이 디젤 배기 가스에 노출되면 천식 및 호흡기 질환과 같은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어린이와 노약자의 경우 기존의 심장 및 폐 질환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하는 것이 바로 이 디젤 배기 가스다. 작년 노스웨스턴대학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쿡카운티와 윌 카운티를 포함한 주변 지역에서 대형 트럭 배출 가스는 이산화질소 오염의 22%를 차지하며 매년 1300명 이상의 조기 사망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 큰 문제는 주택과 학교 및 주요 커뮤니티 시설 근처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창고가 건설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졸리엣을 중심으로 창고 시설이 밀접한 윌 카운티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윌 카운티에서는 매일 약 11만대 이상의 디젤 트럭이 10만 평방피트 이상의 대형 창고를 오가고 있다. 또 윌 카운티 전체 주민의 ⅓ 이상이 3만 평방피트 이상의 대형 창고에서 반경 0.5마일 이내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전에는 대형 창고의 경우 주거 지역과는 멀리 떨어진 외곽 변두리 지역에 주로 들어섰다면 이제는 주택에 가까운 곳까지 창고가 지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주민들의 일상 생활에 창고가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일리노이 전체로 확대해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리 노이 비영리단체인 환경보호기금(EDF)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리노이 전체 주민 4명 중 1명 이상이 반경 0.5마일 이내에 창고가 있는 곳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리엣 지역의 경우 3만 평방피트 이상의 대형 창고가 일리노이에서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시설이 북미 최대 규모의 트럭 및 철도 화물 내륙 항만인 센터포인트 복합 운송 센터인데 지역 주민들은 이 센터 인근에 추가로 대형 창고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조직적인 반대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의 걱정은 대기 오염의 확대다. 아울러 개발 예정지에서 3마일 떨어진 곳에는 2만 에이커 규모의 미드윈 국립 초원 보호구역이 위치해 있다. 예전 육군 탄약 공장 부지에 자리잡은 이 보호구역은 복원된 초원으로 들소 떼와 멸종 위기에 처한 다양한 조류의 서식지다. 만약 계획대로 창고 확장 계획이 진행되면 하루 1만6000대 이상의 디젤 트럭이 인근 거주 지역을 지나가게 되고 이는 곧 주민들의 일상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데이터 센터 역시 마찬가지다. 보통 데이터 센터는 거대한 부지에 서버와 같은 컴퓨터 시설이 밀집해 있다. 하지만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소음과 오염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우선 데이터 센터에서 내뿜는 소음이 만만치가 않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곳곳에 들어선 데이터 센터는 1년 365일, 24시간 가동 소리가 오염 수준으로 배출된다. 특히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전력 발전용 터빈이 돌아갈 때에는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소음이 들릴 정도고 주민들은 잠을 제대로 청할 수도 없는 수준의 소음으로 고통받기도 한다. 또 데이터 센터 가동 중에 필수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발열을 통제하기 위해 보통 물로 냉각하게 되는데 이로 인한 물 공급 부족과 수질 오염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 센터가 입주하게 되면 지역에 공급되는 전기 수요를 대폭 늘리고 이로 인한 전기 요금 인상 역시 지역 주민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최근에는 데이터 센터 건립을 중단하거나 자제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많다. 다른 나라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구글의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자 하는 인도의 경우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일 디젤 배출 기준 완화안을 제안하면서 연방 정부 차원의 규제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주정부 차원의 관련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리노이 주의회의 경우 지난 봄 회기에 창고와 주거 지역 사이에 배출 목표 설정 및 완충 지대 설치를 의무화 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다른 법안에 우선 순위가 밀리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가을 회기에 이 법안이 통과될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일리노이 경제의 핵심인 물류 산업이 발전하면서 주민 삶의 질을 저해할 수도 있는 상황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물류 산업이 일반 제조업과 달리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는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는 않지만 디젤 트럭 배출 가스로 인한 폐해는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이는 시카고 서버브의 대표적인 한인 밀집 지역인 노스브룩의 올스테이트 보험사 본사 부지의 창고 부지 전용 당시에도 거론된 바 있다. 요즘은 아마존도 주문 당일 배송이 일상이 됐다. 하지만 그 편리함 이면에는 주민 누군가는 환경 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인식이 절실한 상황이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