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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6000불 결혼식 대신 법원·시청 웨딩 뜬다

Los Angeles

2026.07.2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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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실속형 ‘간단 결혼식’ 확산
예약 별따기, 콘서트 티켓만큼 치열
사진 촬영에 친구들까지 연일 북새통
6월 마지막 주에 결혼식을 위해 샌프란시스코 시청에 몰린 사람들. 고풍스러운 내부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 위한 커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사라베스 매니 기자

6월 마지막 주에 결혼식을 위해 샌프란시스코 시청에 몰린 사람들. 고풍스러운 내부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 위한 커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사라베스 매니 기자

가주 신랑 신부들 사이 결혼식장으로 고풍스러운 관공서 건물이 큰 인기다.  
 
치솟는 비용을 피해 법원이나 시청에서 간소하게 결혼식을 올리는 ‘마이크로 웨딩(Micro Wedding)’이 새로운 결혼 문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속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늘면서 샌타바버러 등 일부 인기 법원 건물은 예약 경쟁이 콘서트나 올림픽 경기 티켓 예매를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해졌다.
 
최근 샌타바버러 카운티 법원과 샌프란시스코 시청, 베벌리힐스 법원, 오렌지카운티 샌타애나 구 법원 등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결혼식 장소로 부상했다. 예식장 대신 아름다운 공공건물에서 소규모 결혼식을 올리려는 커플이 급증하면서 예약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인 곳은 샌타바버러 카운티 법원이다.
 
스페인풍 무어 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아름다운 선큰가든과 역사적인 건축물 덕분에 오래전부터 남가주 최고의 민간 결혼식 장소로 꼽혀 왔다. 카말라 해리스 전 부통령과 남편 더그 엠호프가 2014년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2022년에는 방송인 코트니 카다시안과 블링크-182의 드러머 트래비스 바커도 이곳에서 결혼해 더욱 유명해졌다.
 
현재 샌타바버러 카운티는 결혼 예약을 90일 전부터 받는다. 예약 가능한 시간이 매시간 공개되는데, 최근에는 10월 예약분이 공개된 지 5분도 안 돼 모두 마감될 정도다.
 
멜린다 그린 카운티 서기는 “예약을 공개하자마자 거의 모두 사라진다”며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커플은 취소된 예약을 노리며 새벽까지 홈페이지를 확인한다.
 
캄튼에 사는 카르멘 카르데나스 아욘과 산티아고 마르티네스는 신랑이 출근 전 우연히 취소 자리를 발견하면서 단 이틀 만에 꿈꾸던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또 샌게이브리얼밸리의 한 커플은 예약에 성공하기 위해 컴퓨터 두 대를 동시에 켜고 입력 경쟁을 벌였다고 말했다.
 
미니 예식이지만 가까운 친구들이 함께 찾아 축하한다. 사라베스 매니 기자

미니 예식이지만 가까운 친구들이 함께 찾아 축하한다. 사라베스 매니 기자

이처럼 법원 결혼식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국내 평균 결혼식 비용은 3만6000달러에 달한다.  
 
이는 LA 지역 렌트비 중간가 기준 약 1년 치 집세보다 많고, UC버클리 가주 거주자 등록금 2년 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고금리와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만 달러를 들이는 전통적인 결혼식 대신 소규모 예식을 선택하는 커플이 빠르게 늘고 있다.
 
법원 결혼식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사진작가 아샤 마셜은 “많은 신부들이 조용하고 사적인 결혼식을 원한다”며 “결혼식 하루를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SNS도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했다.
 
사진작가들의 웨딩 사진이 소셜 앱인 틱톡과 핀터레스트에서 화제가 되면서 샌타바버러 법원은 ‘인생 사진’ 명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법원 건물과 정원을 배경으로 한 웨딩 사진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 각지에서 예비부부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열린 예식에서 신부 한 명이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라베스 매니 기자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열린 예식에서 신부 한 명이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라베스 매니 기자

샌프란시스코 시청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1954년 할리우드 스타 마릴린 먼로와 야구 전설 조 디마지오가 결혼한 장소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현재 연간 약 7000건의 결혼식이 열린다. 이는 샌타바버러의 약 4000건보다 훨씬 많은 규모이며, LA카운티 노워크 등록사무소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바쁜 결혼식 장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법원 결혼식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사진작가 체리 트랜은 “6~7년 전 처음 촬영했을 때는 사람 20~30명 정도만 피하면 됐지만 지금은 수백 명이 몰린다”며 “지난 3~4년 동안 변화가 정말 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예약 경쟁이 심해지자 지방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말 샌프란시스코와 샌타바버러는 특별 이벤트를 열어 평소보다 많은 커플에게 예약 없이 결혼식을 올릴 기회를 제공했다. 샌타바버러는 회문 날짜(Palindrome Day)를 기념해 직원들의 초과근무까지 허용하며 가능한 많은 예식을 진행했고, 샌프란시스코도 프라이드 행사에 맞춰 추가 예약을 개방했다.
 
전문가들은 결혼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 법원 결혼식은 재혼 부부나 유명인들의 조용한 결혼식 정도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개성과 실속을 모두 갖춘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고물가와 높은 주거비, 생활비 부담이 계속되는 가운데 ‘작지만 의미 있는 결혼식’을 원하는 커플이 늘면서 법원과 시청을 찾는 발길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원문은 7월 15일자 'The fierce competition to get married at California's most popular public buildings' 입니다.

소냐 샤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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