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한국에 있는 형제가 상속포기를 요구할 때 미국 거주 상속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답=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고국의 부모님을 여읜 뒤 자주 겪는 갈등 중 하나는 한국에 있는 형제들과의 상속 지분 분쟁이다. 한국 사정에 어두운 미국 거주자들은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정당한 권리를 침해당하기 쉽다.
특히 한국에 있는 형제가 "상속세를 다 내줄 테니 상속포기 서류에 도장만 찍어달라"고 제안한다면 주의해야 한다.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부모님 생전에 미리 받아 간 현금이나 부동산 등 '사전 증여', 즉 특별수익을 숨기기 위한 행동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상속법상 특정 상속인이 생전에 증여를 받았다면 이는 상속재산을 미리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부모님 사후 상속재산을 나눌 때 그만큼 덜 받게 되고, 다른 상속인들은 남은 재산에서 더 많은 상속분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상속인은 섣불리 상속을 포기하기보다 전체 재산 내역을 확인하는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미국에 있으면서 한국의 형제가 몰래 받은 재산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한국에는 사망자의 금융, 세금, 토지 등을 조회하는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가 있지만, 이것만으로 과거 사전 증여까지 완벽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때는 한국의 상속 전문 변호사를 통해 망인의 과거 금융 거래 내역서를 요청하거나 법원 절차를 활용해 숨겨진 증여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교민은 가족과 법정 싸움을 벌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권리를 포기하곤 한다. 그러나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반드시 소송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객관적인 금융 추적 자료를 바탕으로 서면 협의를 진행하면 감정싸움을 줄이고, 상대방의 재산 은닉이나 독점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고국의 상속 문제는 정보 부족과 거리, 시차 때문에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에 직접 가지 않고도 증여재산 조사, 상속재산분할 협의, 상속세 신고, 상속재산의 미국 송금까지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정당한 권리를 지키는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