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합동수사본부가 23일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을 포착하고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자 정치권에 격랑이 일었다. 국민의힘은 “의도적인 전산 조작”이라며 총공세를 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선동을 중단하라”고 받아쳤지만, 내부에는 당혹스러운 기류도 흘렀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지자 다시 회의장에 돌아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까지 발견돼 선관위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면 이것은 부실선거인가, 부정선거인가”라며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모든 문제점과 의혹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여야가 합의한 선관위 특검에 대해서도 “단순히 투표용지 부족만 수사 대상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투표 전산 조작 등 다른 의혹 수사를 위해 선관위 서버가 반드시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선관위는 부실 의혹만 제기해도 ‘음모론’이라고 온갖 공격을 퍼부었는데, 투표율마저 쉽게 전산 조작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의원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진상규명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관위 국정조사를 서둘러 끝낼 필요가 없다”며 국정조사 기한 연장을 제안했다. 국조특위 위원인 주진우 의원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전산 조작으로, 향후 강력한 특검을 발족해 모든 것을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선관위가 아니라 선거조작위원회”(안철수 의원), “헌법기관의 조직적 범죄”(나경원 의원) 등 중진들도 거들었다.
앞서 국민의힘 측이 선관위 특검과 국정조사 연장 등을 주장해 왔던 만큼 선관위의 ‘투표율 허위 입력’ 의혹은 당에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청년층이 대거 정부·여당에 등을 돌렸는데, 이번 사태는 또 다른 분기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정치권에서 어떤 방향으로 번질지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미묘한 기류도 있다. 장 대표가 참정권 수호 집회 참석 등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수 진영에서 부정선거론이 과도하게 확산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 재선 의원은 “자칫 부정선거 굴레에 갇힐까 봐 걱정스럽다”고 했다.
민주당의 공식 반응은 오후 6시쯤 나왔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선관위의 무능과 기강 해이가 다시 확인된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지연 전술을 멈추고 공개 재검표와 특검법 처리에 즉각 나서라”고 했다.
하지만 당내엔 당혹스러운 분위기도 적잖다. 민주당 소속 선관위 국조특위 위원은 “그간 부정선거를 음모론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선관위 압수수색까지 들어간 이상 그럴 수 없게 됐다”며 “향후 국민의힘과 특검 수사 범위를 협상할 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선관위가 6·3 지방선거 당일 투표자 수 통계를 조작한 정황을 파악하고 이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