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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화재, 네 갈래의 시선…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

중앙일보

2026.07.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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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은 하나, 기억은 네 갈래로 나뉘었다. 같은 화재를 겪은 네 남매는 서로 다른 진실을 이야기하고, 관객은 조각을 맞춰나가며 사건의 실체를 추적한다.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 8번째 시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쇼노트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 8번째 시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쇼노트


2012년 초연부터 7번의 시즌을 거치며 두꺼운 팬덤을 가진 창작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가 올여름 대학로로 돌아왔다. 영국의 아동문학가 패멀라 린던 트래버스가 1934년 발표한 소설『메리 포핀스』를 변주했다. 원작은 바람을 타고 날아온 보모 메리 포핀스가 신비한 마법으로 아이들의 일상을 바꿔 놓는다는 내용을 그렸다.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는 따뜻한 동화와는 거리가 있다. 1926년 독일 심리학자인 그라첸 슈워츠 박사의 저택에서 의문의 화재 사건이 벌어진다. 네 남매 한스와 헤르만, 요나스, 안나는 살아남았지만, 기억을 잃은 채 흩어진다.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의심받는 보모 메리 슈미트는 자취를 감쳤다.

작품은 다시 모인 네 남매의 서로 다른 기억을 더듬어가며 비극적인 진실을 드러낸다.

지난 달 18일 서울 혜화동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개막한 이번 시즌은 앞선 시즌과 다른 ‘올 라운드(All-round)’ 구성이다. 시즌마다 따로 공연된 네 버전을 이번에 연이어 올린다.

‘한스-메리 포핀스 살인 사건을 위한 변호’(6월 18일~7월 12일)는 막을 내렸고, ‘헤르만-모래 사나이가 나오는 꿈’은 이달 17일 시작해 다음 달 9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한스는 네 남매중 첫째다. 냉철하고 철두철미해 보이는 변호사이지만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다. 둘째 헤르만은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이다. 진실을 더듬어가는 과정에서 이 둘은 자주 언쟁을 하고 갈등을 빚는다. ‘한스 버전’과 ‘헤르만 버전’은 이들의 캐릭터가 녹아 극의 흐름과 분위기에 차이를 만든다. 한스 버전이 사건의 실체를 찾는 모습을 조금 더 밀도 있게 그렸다면, 헤르만 버전에선 혹독한 기억속 불안한 인간의 내면을 실감 나게 담았다.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 비극이 일어나기 전 보모 메리와 네 명의 자매는 누구보다도 화목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사진 쇼노트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 비극이 일어나기 전 보모 메리와 네 명의 자매는 누구보다도 화목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사진 쇼노트


무거운 주제지만 극 초중반은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장면이 이어진다. 아이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어루만지는 메리와 그 곁의 천진난만한 네 자매의 모습은 객석의 긴장감을 덜어낸다. 하지만 이런 따스한 과거가 드러나는 실체의 잔혹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대는 비틀어진 액자 형태로 구성된 채 사각 턴테이블과 의자 등의 소품이 놓여 단출하다. 돌변하는 조명의 변화와 음악이 긴장감을 더욱 키운다.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 첫째 한스(가운데) 둘째 헤르만(왼쪽)은 화재 사건의 진실을 놓고 자주 갈등을 빚는다. 사진 쇼노트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 첫째 한스(가운데) 둘째 헤르만(왼쪽)은 화재 사건의 진실을 놓고 자주 갈등을 빚는다. 사진 쇼노트


세 번째 버전인 ‘요나스-숲의 기억’은 다음 달 14일부터 23일까지, 마지막 완결판인 ‘안나의 방-두 개의 책상’은 다음 달 28일부터 9월 6일까지 이어진다. 요나스는 네 남매 중 막내로 고통과 상처를 숨긴 채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네 남매 중 유일한 여성인 안나는 평범한 삶을 꿈꾸는 음악 교사다.

한스 역은 박정원·문경초·유태율이 맡았고 헤르만은 윤승우·원태민·박준형·김경록이 연기한다. 안나 역에는 이한별·이정화·이재림이, 요나스 역에는 진호·조성필·정지우가 캐스팅됐다. 보모 메리 슈미트 역으로는 류수화·안유진·홍륜희가 무대에 선다.



하남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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