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처서 매직’ 옛말…9월까지 열대야, 한반도 여름 길고 독해졌다

중앙일보

2026.07.23 19:23 2026.07.23 20:5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절기상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인 23일 울산에 이틀째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남구 한 도로에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연합뉴스

절기상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인 23일 울산에 이틀째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남구 한 도로에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연합뉴스


‘처서가 지나면 마법처럼 더위가 꺾인다’는 이른바 ‘처서 매직’도 점점 옛말이 되고 있다. 폭염은 6월부터 시작되고 열대야는 9월까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여름이 갈수록 길고 독해지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1973년부터 2025년까지 전국 66개 기상관측지점의 폭염과 열대야 발생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최근 10년(2016~2025년)과 과거 10년(1973~1982년)을 비교한 결과, 폭염과 열대야 모두 발생 일수가 크게 늘었다. 폭염 시작 시기는 앞당겨지고 종료 시기는 늦어지면서 단순히 더운 날이 많아진 것이 아니라 여름 자체가 길어진 것이다.

폭염은 예전보다 훨씬 일찍 찾아왔다. 최근 10년 폭염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과거보다 10~30일 빨리 시작했다. 과거에는 주로 7월부터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6월 중ㆍ하순, 일부 지역에서는 6월 상순부터 폭염이 나타났다. 반대로 끝나는 시기는 10일 안팎 늦어졌다. 일찍 시작한 폭염이 더 오래 이어지는 양상이다.

밤더위는 더 오래 이어졌다. 최근 10년 열대야는 과거보다 5~15일 일찍 시작하고, 끝나는 시점은 10~20일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해안과 제주에서는 한낮의 폭염이 누그러진 뒤에도 9월 상순까지 열대야가 이어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처서는 24절기 가운데 더위가 물러가기 시작하는 때로, 통상 8월 23일 전후에 든다. 이 때문에 ‘처서가 지나면 무더위가 마법처럼 꺾인다’는 뜻의 ‘처서 매직’이라는 말도 생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열대야가 9월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늘면서 이런 말도 점차 무색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강릉과 광주, 대전 등 21개 지점에서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열대야가 나타났고, 서귀포에서는 10월 13일 역대 가장 늦은 열대야가 관측됐다.
기상청

기상청



더위의 강도도 크게 세졌다. 최근 10년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18.3일로 과거 10년 평균 8.3일의 2.2배였다. 열대야는 12.2일로 과거 4.1일의 약 3배에 달했다. 지난해 전국 평균 열대야일수는 24.5일로 관측 이래 가장 많았다.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가 이어지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여름도 한층 길고 힘겨워졌다는 의미다.

기상청은 기후변화가 이런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온 상승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일찍 세력을 넓히고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폭염이 빨라졌고,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 밤에도 열이 쉽게 식지 않으면서 열대야가 늦게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서(大暑)를 하루 앞둔 22일 오전부터 대구 전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달구벌대로에서 자전거를 타던 시민이 물을 마시고 있다. 대구시는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기상상황에 유의해 낮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 등 건강관리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뉴스1

대서(大暑)를 하루 앞둔 22일 오전부터 대구 전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달구벌대로에서 자전거를 타던 시민이 물을 마시고 있다. 대구시는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기상상황에 유의해 낮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 등 건강관리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뉴스1


기상청은 여름이 길어진 만큼 폭염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열질환 예방과 취약계층 보호는 물론 전력 수급과 농축수산업 피해 대책도 기존보다 더 긴 기간을 전제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최근 폭염과 열대야의 발생 시기가 앞당겨지고 늦게까지 이어지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여름철 더위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분석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실효성 있는 기후위기 대응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스더([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