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코 공주(왼쪽)가 2024년 4월 10일 도쿄 메이지신궁에서 열린 메이지 천황 황후 서거 1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아이코 공주는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의 외동딸이다. AP=연합뉴스
여왕보다는 36촌 남성을…
일본 정부가 최근 ‘황실전범(皇室典範)’을 개정해 구 궁가(舊 宮家)에서 양자를 받아들이고, 이후 나온 아들에게 왕위 계승자격을 부여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궁내청에 따르면 1947년 황적을 이탈한 구 11궁가의 당시 황족 남성들은 현 천황과 36~38촌가량 떨어져 있다고 한다. 공통 계보를 찾으려면 약 600년 전 무로마치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관계다. 일본 언론과 소셜미디어(SNS)에서 “거의 남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반응이 확산하는 이유다.
요미우리신문은 18일 사설에서 “전후 80년에 걸쳐 형성돼 온 국민과 일왕 사이의 유대를 무위로 돌릴 수도 있는, 지나치게 많은 결함을 안은 난폭한 제도 변경”이라고 비난하면서 “구 궁가 출신 양자 제도는 백지화하고, 여성·여계 천황을 배제하지 않는 왕위 계승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36촌은 어느 정도로 먼 거리일까.
미국 계보학회(NEHGS)가 과거 미 대선 후보들과 유명인들의 계보를 정리한 적이 있다.
이를 인용하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브래드 피트의 관계보다 멀다.
이에 따르면 두 사람은 1769년 사망한 버지니아의 에드윈 히크먼이라는 인물의 후손으로, 20촌 관계다.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 뉴스1
오바마 본인도 2008년 ABC 토크쇼 ‘더 뷰(The View)’에 출연해 “아마 몇 대 정도 차이가 나는 친척 관계라고 한다”며 “브래드 피트가 유전자 풀에서 외모가 더 나은 쪽을 가져간 것 같다”며 웃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임이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도 혈연이 엮여 있다. 17세기 매사추세츠에 살던 새뮤얼 힝클리 부부를 공통 조상으로 둔 24촌 관계다.
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캐나다 퀘벡에서 1718년 사망한 장 퀴송이라는 인물을 공통 조상으로 둔 20촌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혈연 정리가 비교적 잘 되어 있는 영국도 여러 유명 인사들이 30촌 이내 관계로 좁혀진다.
왕실과의 혈연으로 근래 가장 주목을 받은 건 드라마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다.
그와 리처드 3세는 22촌 관계로 랭커스터 왕가의 시조 격인 14세기 인물 ‘곤트의 존’의 자녀 조앤 보퍼트와 존 보퍼트 남매에서 계통이 나뉘었다. 리처드 3세는 조앤 보퍼트 쪽, 컴버배치는 존 보퍼트 쪽 후손에 해당한다.
리처드 3세는 왕권을 놓고 헨리 6세와 벌인 보스워스 전투(1485년)에서 사망했다고만 알려졌을 뿐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는데, 2012년 9월 영국 중부지역 레스터의 시의회 주차장 지하에서 발견됐다.
국가적으로 큰 관심을 모은 가운데, 레스터시가 40억원 가량을 부담해 리처드 3세의 장례식을 600년만에 치렀고, 이때 컴버배치가 추모사를 맡아 화제가 됐다.
컴버배치는 현 영국 국왕인 찰스 3세와도 18촌 관계다.
영국 카밀라 왕비와 21촌 관계인 미국 팝가수 마돈나. EPA=연합뉴스
16세기 이후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가 활발해지면서 대서양을 사이에 둔 채 공통 조상을 둔 경우도 많다.
현재 영국의 왕세자비인 케이트 미들턴과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16세기 기사였던 윌리엄 개스코인을 공통 조상으로 두고 있다. 이들은 촌수로는 26촌에 해당한다.
또한, 찰스 3세의 부인 카밀라 왕비는 미국 팝가수 마돈나와 17세기 캐나다에서 살았던 자카리 클루티에를 통해 21촌 사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