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해명은 이번에도 궁색하기 짝이 없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불가피한 총격”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할 것인가.
지난 21일 어바인에서 경관들의 총격에 숨진 다니엘 멜벳은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던 청년이었다. 자폐증과 정신건강 문제로 힘겨운 투병을 이어가던 스무 살 청년이 도움을 청했건만, 경찰은 또다시 그를 향해 총을 쐈다.
사건 당일 멜벳은 식칼을 든 자신의 상태가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해 직접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에게도 “칼을 들고 있어 도움이 필요하다. 경찰을 부르겠다”고 말했다. 타인을 해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스스로 통제하기 힘든 위기 상황에서 구조 요청을 보낸 것이었다.
현장에는 경찰 위기협상팀(CNT)과 어바인 비무장대응팀(I-CARE), 소방 인력까지 총동원됐다. 정신건강 위기 대응을 위해 마련된 전문 인력과 조직이 모두 현장에 집결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도움 대신 비극적인 죽음뿐이었다.
경찰은 멜벳이 칼을 든 채 다가왔기에 총격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정신질환자가 직접 도움을 요청했다는 맥락을 빼고, 총격 직전 단 몇 초만을 떼어놓고 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긴박한 상황에 이르기까지 전문 대응 인력은 과연 제 역할을 다했는지,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거나 비살상 장비를 활용할 여지는 없었는지, 나아가 위기대응팀은 왜 총격이라는 최악의 비극을 막지 못했는지를 냉정히 따져 물어야 한다.
멜벳의 아버지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을 떠올리며 “경찰을 부른 것이 실수였다”고 절규했다.
마치 2년 전 비극의 데자뷔다.
LA 한인타운에서 양용씨가 경찰 총격으로 숨졌을 당시에도 경찰은 그의 상태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 현장에 정신건강국 직원까지 동행했으나, 경찰은 잠긴 문을 강제로 열었고 칼을 든 채 다가오는 양씨를 향해 곧바로 총을 발포했다. 비살상 무기 활용이나 추가적인 대화, 후퇴 및 고립 유도 같은 대안책은 현장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정신질환자 대응 체계라는 제도적 틀은 존재했으나, 정작 생사가 갈리는 결정적 순간에는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거창한 대응 매뉴얼도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총격 이후 책임을 묻는 시스템마저 사실상 마비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가주 법무부가 최근 5년간 종결한 경찰 총격 사건 41건 가운데 기소로 이어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경찰의 임무는 위기 상황을 신속히 종식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명을 보호하고 상황을 안전하게 마무리하는 데도 있다. 똑같은 비극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면, 이제는 겉핥기식 교육이나 매뉴얼 타령을 넘어 법을 바꿔서라도 엄중한 책임과 결과를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