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판단했다. 주가 계산 시점을 2심 변론종결일(2024년 4월)로 보면서 노 관장의 분할 비율을 3분의 1로 인정한 결과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오른쪽)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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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주식도 분할 대상…노 관장에 1/3 분할해야
박경민 기자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 이상주)는 24일 선고기일을 열고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9440억원과 판결이 확정된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SK의 지주사인 SK(주) 주식 역시 분할 대상이라는 2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 보유 주식은 혼인기간 중 최 회장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최 회장과 노 관장 모두가 그 형성이나 가치의 유지 및 증가에 기여했다”며 “혼인기간 중 최 회장의 경영활동으로 주식 가치가 크게 증대됐고, 이에는 노 관장의 가사 및 양육, SK그룹에 관한 대외적 활동이 기여했다”고 했다.
다만 분할액 9440억원은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 보유 주식은 최 회장이 계속 보유하고, 노 관장 몫 중 부족한 부분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정했다. 파기환송심에서 양측이 밝힌 의사와 함께 주식을 현물분할하면 최 회장의 SK 경영권·지배권에 영향을 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한다.
재산분할 비율은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정했다. 노 관장에게 주식 35%를 분할하도록 한 2심 결론에 비해 비율이 크게 줄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부공동재산의 상당 부분은 혼인기간 중 형성하거나 취득한 자산임을 고려했다”며 “혼인 당시 양측의 보유 자산, 부부공동재산의 취득 경위, 형성과 유지에 관한 기여 정도, 혼인기간 등을 참작했다”고 했다.
‘300억 비자금’이 있었다고 해도 이를 재산 형성의 기여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에 따라 이 부분은 분할 대상에서 빠졌다. 재판부는 “대법원 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라 설령 노 관장 부친의 지원금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분할비율의 산정에서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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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계산 시점, 이혼 확정일인 2024년”
쟁점이 됐던 SK 주가 계산 시점은 2심 변론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로 판단했다. SK 주가는 항소심 변론종결 이후 5배 넘게 올랐다. 최 회장 측은 이혼이 확정된 2심의 변론종결일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노 관장 측은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다퉜다.
이날 재판부 결정은 2000년 관련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이혼이 확정된 후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재산 산정 기준은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두 사람의 이혼 및 20억원 위자료 소송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확정됐고, 재산분할에 대해서만 파기환송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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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상승분을 비율 산정시 반영”
박경민 기자
그럼에도 노 관장에게 돌아가는 분할액은 1조원에 근접하게 됐다. 그간 SK 주가가 크게 뛴 점을 분할 비율 산정에 고려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쌍방 협력으로 이룩한 부부공동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2심 변론종결일 이후 주식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한 점을 참작했다”며 “최 회장 보유 주식의 가치 상승에 노 관장의 경영적 기여가 있음을 고려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주식 가액은 줄었지만, 분할 비율은 2심(35%)에서 거의 줄지 않았다.
이는 이혼 후 집값 하락을 재산분할 시 고려해야 한다고 본 지난해 8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이혼이 확정된 후 재산분할 변론종결일 사이에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유지한 부동산 등에 발생한 외부적, 후발적 사정으로 인해 공평한 청산·분배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정이 있는 경우 이를 가액 산정에 참작할 수 있다”고 했다.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최 회장 측 변호인 이재근 변호사가 판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양측은 이날 선고에 불복해 상고할 수 있다. 상고를 하게 되면 대법원의 재상고심까지 끝나야 선고가 확정된다. 최 회장 변호인단은 선고 후 입장을 내고 “약 20년에 가까운 혼인 해소 과정에서 작년 대법원 판결로 이혼이 확정되었고 오늘 재산분할의 파기환송심 판결이 있었다. 최 회장은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노 관장 변호인단은 취재진 질문에 응하지 않고 청사를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