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86명 당했다…‘110억대 전세사기’ 전 부산 고위공직자 징역 10년

중앙일보

2026.07.23 23:44 2026.07.23 23:5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부산지법 부산고법 건물 앞 깃발. 연합뉴스

부산지법 부산고법 건물 앞 깃발. 연합뉴스


무자본 갭투자로 오피스텔 수백 채를 사들인 뒤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과 금융기관 대출금 등 110억원대를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부산시 고위공직자가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임성철)는 2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70대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이사장과 기초자치단체 부구청장을 지낸 A씨는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임차인들로부터 70여억원의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또 실제보다 보증금 액수를 축소한 임대차계약서를 금융기관에 제출해 담보대출금 47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피해자는 모두 86명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자신과 배우자, 아들, 운영 회사 명의로 2016년 8월부터 2020년 3월까지 358억원 상당의 건물을 매입했다.

하지만 실제 투입한 자금은 24억여원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기존 담보대출과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승계하는 방식으로 충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약 300가구 규모의 오피스텔을 임대했다.

재판부는 갭투자를 통해 대규모 주택을 취득할 경우 임대수익은 크지 않은 반면 취득세와 중개수수료, 건물 관리비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매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만큼 일반적인 임대차보다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이러한 위험성을 임차인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보증금 반환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전세사기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임대차 거래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범죄"라며 "피해 보증금은 피해자들에게 사실상 전 재산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또 "쉽게 큰돈을 벌려는 욕심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막대한 손해를 입었고, 추가 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해 행사하는 등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선고 직후 피해자들은 형량이 가볍다며 반발했다.

피해자 대표는 "법정 최고형이 징역 15년이고 임대차계약서 위조 범행까지 있었던 만큼 더 무거운 처벌을 기대했지만 징역 10년에 그쳤다"며 "현재도 상당수 피해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건물 관리업체와의 분쟁까지 이어지면서 2차 피해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홍([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