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가 지난 5월 14일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장윤기는 5월 5일 0시 11분쯤 광주특별시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보행로에서 이채원(17)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이양을 도우려던 A군(17)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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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광산서장·형사과장·팀장 등 4명 입건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 사건 부실·축소 수사와 증거 인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이 같은 피의자에 대해 서로 다른 혐의를 적용한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최근엔 양 기관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를 동시에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장면까지 연출됐다. 표면적으론 초동 수사에 개입한 윗선을 밝히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검찰 보완수사권 존폐 논쟁과 맞물리면서 검·경이 수사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광주지검과 경찰청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양 기관은 현재 김모 전 광산경찰서장(경무관), 박모 전 광산서 형사과장(경정), 박모 전 강력4팀장(경감), 전 강력팀원(경사) 등 4명을 각각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적용 혐의는 일부 다르다. 경찰은 김 전 서장부터 박 전 팀장까지 간부 3명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여기에 구속된 박 전 팀장은 증거인멸 혐의가 추가됐다. 팀원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만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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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적용…검찰선 빠져
반면 검찰은 이들에게 증거인멸·증거인멸방조·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했다.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는 빠졌다. 이를 두고 “검·경의 수사 역량이나 전문성, 법리 판단 차이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양측 모두 “각자 확보한 증거와 시각이 다를 뿐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경찰 수사를 존중한다”면서도 “단순히 죄명만 다른 게 아니라 바라보는 범죄 사실 자체가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혐의는 잠정적이며 사건 전모가 밝혀지면 언제든 수정될 수 있다”고 했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경찰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입건한 것”이라며 “수사 과정에서 혐의는 언제든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측은 검·경 간 경쟁 구도로 비치는 상황에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서로를 향한 불만과 견제 목소리는 들끓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수사 대상이 수사하는 게 맞냐”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원한 한 검찰 간부는 “원래 검찰이 먼저 수사하던 사건인데 국수본이 중간에 끼어들었다”며 “‘수사 방해’ 프레임에 걸리지 않기 위해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면 대부분 청구해 주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왼쪽),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경찰 수사 내부 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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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수사” “보완수사권 존치용” 비판
경찰은 검찰이 보완수사권을 지키기 위해 장윤기 사건을 활용한다고 의심한다. 특히 국수본 압수수색 사례를 들어 영장 청구권을 독점한 검찰과의 ‘정보 비대칭’을 문제 삼는다. 광주지검은 지난 21일 오전 6시 15분,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같은 날 오전 7시 30분부터 각자 별도 영장을 들고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은 경찰 영장과 검찰 영장 모두 알지만, 경찰은 검찰 영장 발부 여부조차 모른다”며 “같은 날 영장을 집행하면서 검찰이 사전 협의 없이 책임자도 없는 새벽에 먼저 들어간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 같은 자료를 따로 확보하고 동일 참고인·피의자를 중복 조사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합동수사단 구성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검찰과 경찰이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다 보니 서로 증거 누락 등 나쁜 짓을 못 하게 막는 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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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대 전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더불어민주당이 8·17 전당대회 전에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쪽으로 방침을 정하자 양측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검찰은 경찰 수사의 허점을 메우는 보완수사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고, 경찰은 수사 종결권과 독립적 수사 역량을 부각해야 하는 처지다. 이와 관련, 광주지검 관계자는 “사건도 밀리고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피해자가 하늘에서 보고 있다는 심정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사건 초기엔 장윤기 부친과 큰아버지가 현직 경찰이라는 점에 관심이 쏠렸지만, 지금은 지휘 라인의 의사 결정과 실체적 진실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셀프 수사’ 비판에 대해선 “오동욱 특별수사단장은 수사의 객관성·공정성·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홍석기 국수본부장과 거리를 두고, 최종 수사 결과 발표 때 보고할 계획”이라고 했다. 학계에서는 “장윤기 사건 하나만으로 보완수사권 존폐를 결정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든 폐지하든 검찰은 과잉 개입을 막을 장치가, 경찰은 사건 은폐와 왜곡을 막을 장치가 각각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윤기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정당하게 처벌하는 것”이라며 “어떤 제도를 선택하든 검찰·경찰 권한을 균형 있게 견제하고 피해자·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할 안전장치를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