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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비만약부터 개 장수약까지…57조 펫 신약 시장 열린다

중앙일보

2026.07.24 16:00 2026.07.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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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려동물용 의약품 개발에 뛰어드는 제약, 바이오 기업이 늘고 있다. 벤치에서 볕을 쬐는 고양이. 연합뉴스

최근 반려동물용 의약품 개발에 뛰어드는 제약, 바이오 기업이 늘고 있다. 벤치에서 볕을 쬐는 고양이. 연합뉴스


14살 리트리버 ‘초코’는 예전처럼 계단을 뛰어오르지 못한다. 관절은 약해졌고 잠자는 시간도 늘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초코는 노화를 늦추는 약을 먹고, 첨단 치료를 받으며 가족 곁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낼지 모른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쌓인 바이오 기술이 반려동물 치료에도 적용되고 있어서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문화가 확산하면서 펫 헬스케어 시장이 사료와 건강기능식품을 넘어 의약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 백신과 항생제 중심에서 비만과 당뇨, 관절염, 치매 등 만성질환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동물용↔인체용’임상 경험 상호 활용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인간과 반려동물은 생활환경과 질병 양상이 비슷한 데다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축적한 임상 경험을 인체용 의약품 연구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기업들의 동물용 의약품 시장 진출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떠오르는 분야는 비만이다. 미국반려동물비만예방협회(APOP)에 따르면 과체중인 미국 반려견과 반려묘의 비율은 2010년에서 2022년까지 각각 16%포인트(43%→59%), 8%포인트(53%→61%) 상승했다. 사람처럼 반려동물 비만이 당뇨와 관절염 등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기반 치료제 개발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미국 액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GLP-1 기술을 응용한 고양이 전용 비만치료제 ‘AKS-562c’를 개발 중이다. 미국 코넬대 수의과대학과 과체중·비만 고양이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오카바파마슈티컬스도 장기지속형 GLP-1 계열 피하 이식제 ‘OKV-119’를 개발하며 비만·당뇨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미 상용화된 첨단 동물용 의약품도 있다. 세계 최대 동물용 의약품 기업인 미국 조에티스는 2020년부터 개 골관절염 치료제 ‘리브렐라’와 고양이 골관절염 치료제 ‘솔렌시아’를 선보였다. 모두 인간에게 쓰이던 항체 치료 기술을 동물용 의약품에 적용한 대표 사례다.

질병을 넘어 노화를 겨냥한 신약도 등장했다. 미국 바이오기업 로열은 노령견의 건강수명 연장을 목표로 경구용 후보물질 ‘LOY-002’를 개발하고 있다. 이 물질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안전성을 인정받아 조건부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신약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동물용 의약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엔티파마는 2021년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반려견 치매) 치료제 ‘제다큐어’를 출시한 데 이어 신경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엔솔바이오사이언스는 반려동물 골관절염 치료제를, 박셀바이오는 면역세포 기반 반려견 항암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당뇨와 피부질환 등 만성질환 중심으로 동물용 의약품 연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케이펫페어 서울'에서 관람객들이 반려견 건강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케이펫페어 서울'에서 관람객들이 반려견 건강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반려견·반려묘 고령화 맞물려

이 같은 변화는 반려동물 양육 증가와 고령화가 맞물린 결과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중은 28.6%로 2022년(25.4%)보다 3.2%포인트 증가했다. 의료기술 발달로 반려동물의 평균수명이 늘면서 비만과 치매·암·관절염 등 만성질환 치료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호자들의 관심도 단순한 수명 연장에서 건강수명으로 옮겨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글로벌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이 2025년 213억8000만 달러(약 31조원)에서 2034년 388억7000만 달러(약 5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고령화로 만성질환을 치료하려는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체중별 용량, 장기 복용 안전성, 복약 편의성 등을 고려한 전용 의약품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동물용 의약품 시장은 앞으로 성장 여력이 큰 분야”라고 말했다.




최은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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