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경찰 수사 내부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이 장윤기 사건 이후 쇄신책의 하나로 ‘순환인사제 확대’를 도입하기로 하자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경찰 시험 준비생과 신임 순경 사이에선 입직을 포기하거나 이직을 고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6일 장윤기 사건에서 불거진 부실 수사와 내부 비리 의혹을 계기로 순환인사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행정직 공무원과 달리 경찰관은 수사의 연속성, 정보 축적 등을 고려해 상급 간부급(총경·경정) 외엔 전국 단위 순환 규정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부턴 순환인사 대상을 일부 확대하고, 시·도 단위 중심이던 인사 범위도 전국 단위로 넓힐 것으로 보인다.
내·외부 견제를 강화하겠단 취지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장윤기 아빠 한 사람 때문에 조직 전체에 연좌제를 적용하는 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찰관 노조 대안 조직인 경찰직장협의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전국 단위 릴레이 삭발 투쟁도 예고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청 인사담당관실은 지난 21일 전 계급을 대상으로 한 순환이나 강제 전출은 아니라는 취지의 내부 공지를 내고 진화에 나섰다. 구체안은 향후 ‘수사 쇄신 태스크포스(TF)’ 논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지만,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지라시 형태로 일파만파 퍼지면서 현장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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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못 키운다”…현장선 수사력 저하 우려
특히 경감 이하 일선 수사관들 중심으로 우려가 크다. 인천청 A경사는 “수사는 최소 3년 선배들에게 배우며 경험을 쌓아야 겨우 인지수사가 좀 되는데, 순환 돈다고 하면 수사력 저하는 물론 인수인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전문성·정보력이 중요한 부서엔 쥐약”이라고 말했다. 서울청 B경위도 “사건 수도 적고 비교적 간단한 사건 위주로 하던 지역 경찰이 아무런 준비과정 없이 갑자기 서울로 올라와 주요 사건을 맡게 되면 업무 안정성이 떨어지고 베테랑 수사관을 육성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찬성 여론도 충분한 지원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지구대장 C경정은 “쇄신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지방 근무를 경험해 볼 기회라는 점에서도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주유비 등 비용 증가 문제와 관사 지원 여부는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순환인사 대상자를 지원하기 위한 관사와 교통비 지원 예산 확보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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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준비생 “차라리 행정직 9급 준비”
경찰 공무원 시험 준비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순환인사제' 관련 게시물. 사진 네이버 카페 캡처
당장 순환인사 대상은 아니지만, 경찰 공무원 시험 준비생과 신임 순경 중에선 아예 입직을 포기하거나 이직을 고민하는 이들도 생겼다. 수도권에서 2년째 순경 공채를 준비 중인 김모(27)씨는 “내 동네에 살며 근무할 수 있는 게 경찰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전국 순환 근무를 한다면 차라리 행정직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게 낫겠다 싶어 시험 포기를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경찰 준비생 커뮤니티에선 실제 순경 공채는 지역별로 선발하고 합격선도 다르기 때문에, 입직 후 전국을 떠돌아다니게 하는 건 사실상 ‘취업 사기’라는 취지의 게시물도 올라왔다.
궁극적으로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즉흥적으로 대책을 내놓는 지휘부의 대응 방식과 조직 문화 자체가 문제란 지적도 나온다. 서울청 D경정은 “다른 부처는 제도 개선에 신중한 편인데 경찰은 비판 기사가 쏟아지면 급조한 제도 개선안을 여러 개 내놓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 보니 상충하는 매뉴얼도 있고, 현장에서는 수십 개의 매뉴얼이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라고 비판했다. B경위 역시 “일만 터지면 조직 전체를 싹 다 갈아엎는 식의 대책이 반복되는 게 일차원적”이라며 “이에 따른 부담과 피해는 힘없는 조직원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